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 위험한 미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정인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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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층들의 분노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

[서평]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정인호 저, 메이트북스, 2018. 10.15)

 

미국인들은 ‘위대한 미국’에 대한 환상이 크다. 미국 대통령들은 이러한 국민의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트럼프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대중들의 불만에 불을 붙임으로써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에 따르면, 대중들이 원하는 미국을 만들기 위해 ‘위대한 미국’ 되기를 방해하는 모든 분노의 대상을 외국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정책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금융화를 양대 축으로 한다. 즉 가장 비용이 싼 곳에서 생산을 하고, 이민을 통해 가장 임금이 낮은 노동자를 수입한다. 그와 함께 금융화를 통해 생산된 가치 중에서 보다 많은 몫을 가져오는 데 집중한다. 힐러리가 신자유주의의 화신이라면 트럼프는 그 반대편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트럼프의 무역전쟁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해외로 나간 미국의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높은 보호무역장벽을 쳐서 일자리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제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신자유주의를 되돌려 놓으려하고 있다. 무역전쟁을 일으켜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한 이전 정부가 멕시코 등 인접국가로부터의 이민을 눈감아주어 싼 노동력의 유입을 촉진했던 것과 달리, 멕시코로부터의 불법이민을 차단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올리려고 한다.

 

트럼프는 백만장자 사업가이지만 그가 내건 정책은 기득권 계층의 이익에 반했으며 오히려 백인 중하층 계층을 선동했다. 때문에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 선출 후 그를 낙마시킬 궁리까지 했다. 트럼프는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다. 스티브 배넌이라는 대중 지도자가 트럼프를 지지해 대선 정책을 만들어줘 대통령의 자리에 올려놓은 점과 꽤 많은 유대인이 트럼프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에 한 몫 했다. 당시 트럼프 맏딸의 남편이 유대인이었고, 트럼프는 종종 유대인의 대부를 만나 고견을 요청하기도 하며 유대인들에 호의적 태도를 보여 왔었다.

 

이 책 <1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트럼프의 당선과 미국의 국제 정세 간의 관계다. 어떤 설명 부분은 요약적으로 이루어져 쉽사리 이해가 어려운 점이 있다. 예로 “환경은 셰일가스를 통한 에너지산업의 성장, 그리고 금융은 도드-프랭크법에 숨 막혀 하는 금융자본과의 타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와 같이 다소 구체적이지 않아 깊이 생각해야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 다행히도 이를 ‘TIP’이라는 부분으로 묶어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은 좋았다.

 

트럼프 공약의 숨은 의미

 

저자는 트럼프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조목조목 풀어 해명했으며 그러면서 트럼프의 공약에 숨은 의미를 장단점으로 분석했다. ‘이민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무슬림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했으며 국경지역에 경찰병력을 대거 증원시켜 밀입국자들을 체포했다. 또한 이들의 자녀를 캠프에 분리 수용함으로써 논란이 일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트럼프의 또 다른 부정적 공약 중 하나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트럼프는 민간 기업이 주로 투자를 하도록 하고,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연방정부가 2천억 달러의 기금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들이 두고두고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트럼프의 안보정책에 대해 저자는 미국에서 벌어진 911테러와 미국 주변국간의 관계, 정세 등을 짚으면서 지금의 미국 안보정책이 만들어진 과정을 디테일하게 논의하였다. 우리나라의 사드 문제와 북한 핵문제 역시 이 논의에서 빠지지 않았다. 저자는 논제를 개진해 나가면서 트럼프의 안보정책에 대해 “중동과 중국에 대한 봉쇄에서 완급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가 자국의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향으로 중국에 대해 군사보다 경제적 공격을 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주장했다.

 

미국의 불황과 트럼프 등장

 

책의 <2부>에서는 미국의 경제위기와 불황의 역사가 나온다. 금융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투기 속에서 금융상품의 가격이 하늘을 향해 치솟다가 실물자산의 가치와 너무 크게 괴리가 벌어지면 곤두박질하는 과정은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다. 쳇바퀴는 계속 굴러가기 마련이다. 미국만 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꽤 큰 금융위기가 3차례 정도 일어났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다행히도 훗날 자본주의에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60년대 이래 유럽과 일본에 의해 경쟁력이 잠식되고 있었는데도 달러를 찍어 외국으로부터 물자를 조달했다. 결국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렀다. 다시 1970년대부터 긴 불황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에서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도입해 세계화와 금융화를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여전히 불안했고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이한다. 여기서 트럼프가 등장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오히려 세계 경제의 불황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이란을 압박하여 유가상승을 불러일으키거나 금리인상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

 

책의 <3부>에서는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서술되었다. 저자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에 경제위기를 가져올 리스크 몇 개를 소개했다. 물론 시나리오상이다. 첫째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가계에 거액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타격을 받는 것. 둘째는 보호무역으로 수출이 줄고 제조업의 불황이 더욱 심화 되는 것 등. 이를 저자는 우리보다 앞서서 비슷한 경험을 한 일본의 사례로 비교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에서의 종속된 정치와 경제를 갖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 미국은 자신의 시장을 한국에 개방하는 정책을 펼쳤다. 아마 북측의 파도를 막을 정도로만 기능할 경제발전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운 좋게도 고도성장을 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상당한 제조국가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의 세계경제전략에서 꽤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1980년대 미국이 신자유주의로 선회하자 한국도 서서히 신자유주의로 전환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고 대기업이 세계화에 편입하였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번에는 보호무역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이 세계의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 한국은 다시 그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여기서 북한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북한과의 앞으로의 관계에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물론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거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북한의 전력, 도로, 철도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자금과 수익성 문제가 끼어 있기에 한국기업에 당장 큰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 정책에 있어 신중하게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공세를 강화하는데 이 사이에 한국이 끼어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인접했으며 또 미국의 동맹국이자 미국 군사기지이기에 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해야 한다. 책은 미국 시각에서 국제 정세의 논리를 펼친 탓에 트럼프가 펼친 정책 대부분을 수긍하게끔 전개하였다는 편향적 시각이 담겨있다. 금융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상대를 알아야 우리의 앞날을 대비할 수 있는 법이다. 트럼프와 관련한 세력과 국제 정세를 미국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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