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죽음 앞에선 사랑하는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생긴다. 살아 있는 동안 언젠가는 얘기하겠지 여기며 그렇게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도, 살아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다 끄집어 내어 말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남은 날들이 너무 아쉬워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부여잡고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싶은 게 사망 선고를 받은 시한부 환자의 마음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엄마도 암을 선고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정리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과는 달리 하나밖에 없는 딸은 엄마의 병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결국 딸은 갑작스럽게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병을 숨기고 딸을 위해 책 한 권을 남기게 되는데, 거기에는 엄마가 딸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인생의 레시피가 적혀 있다. 비스킷, 스프, 쇠고기 스튜, 디저트 등 가족들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레시피를 하나 하나 적어놓으며 그 아래에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인생의 조언들을 아끼지 않고 쏟아낸다. 그것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딸이 엄마의 부재로 얻지 못할 인생의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들려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글에도 적혀 있지만 엄마는 어른 대 어른으로 딸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했기에 죽기 전에 딸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린 딸에게는 이해 못할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못하고 엄아의 죽음을 맞이했으니 딸의 마음이야 어떠했을까? 그 마음을 엄마도 알기에 딸에 대한 죄스러움과 미안함으로 '충격을 준 엄마를 용서하라고' 얘기한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며 엄마는 레시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적어내려가고 그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자신의 감정, 생각들을 차분하게 적어간다. 음식은 친정 엄마, 남편, 딸 그리고 본인과 관련된 음식들이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는 삶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져 있었다. 자신의 병을 알게 된 것도 밀가루 반죽을 털어내다가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긴 자신의 부주의에 후회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음식의 레시피를 적어 놓으며 딸도 맛있게 만들어 먹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디 이러한 사건의 전말과 요리의 기쁨을 서로 연결해서 생각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엄마의 죽음이 연상되는 요리를 누가 좋아할까? 그럼에도 엄마는 딸에게 그 요리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며 맛있게 만들어 먹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왜 엄마는 자신이 병을 알게 된 이유를 설명해 놓은 걸까? '너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이유'라고 써놓은 엄마. 우연히 발견한 병의 징후를 그냥 넘김으로 병을 악화시킨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 딸이 자신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 그것을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삶의 순간순간 우리에게 다가 올 시련은 평범한 일상 속에 갑작스레 등장할 때가 많다. 언제나처럼 음식을 만들다가 우연히 만져지게 된 가슴의 혹처럼.... 그러한 사실을 성인이 된 딸에게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딸은 왜 하필 음식 레시피일까? 궁금해 하며 엄마가 남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닌 무한의 사랑을 담은 엄마의 인생 레시피라는 걸 깨닫게 된다. 아마도 책을 다 읽은 딸은 앞으로의 삶에 있어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할 지 모르는 것이 삶인 것을....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두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의 레시피를 어딘가에 적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