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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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시를 너무 좋아해서 새로운 시집이 나올 때마다 서점에 가서 샀던 기억이 난다. 시집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시를 읽고 외우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응용하고.... 그렇게 시와 함께 어우러지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끄적였던 일기나 메모들을 읽어 보면 내 인생 가운데 가장 감성이 풍부했던 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살기가 바빠지고 결혼을 한 후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시는 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아주 가끔씩 마음 한 켠에서 스물스물 일어나는 옅은 감성이 먼지 쌓인 시집에 눈이 가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꺼내 읽게 하지는 못 했었다. 그러다 문득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어느 날,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들자면 저자 박광수에 대한 기대와 아름다운 시 100편의 만남 때문일 것이다. '광수 생각'이라는 만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저자가 시에 대해 얘기하다니.... 어떻게 시를 소개하고 풀어갈 지 궁금했다. 더구나 소개해 주는 시도 100편이나 되다니.... 얼핏 들여다 봐도 마음에 꼬옥 들어와 박힐 만큼 좋은 시들이 많았다. 이러니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1권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의 바람으로 2권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책의 곳곳 저자의 그림이 들어가 있어 더 보기 좋았다. 게다가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누어 그에 맞는 시들을 모아 놓았다. '끝내 하지 못한 말',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난다면', '당신도 나를 떠올리며 행복하기를'... 이에 어울리는 시들을 어디서 그렇게 모아 놓았는지, 이러한 때에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왈칵 떨어질 거 같네... 하는 시들이 참 많았다.


그녀의 하얀 팔이 / 내 지평선의 전부였다. - 막스 자콥의 '지평선' 中

나의 생애는 /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나희덕의 '푸른 밤' 中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떠뜨린다 - 고재종의 '첫사랑' 中


이른 아침에 /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 하루 종일 /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호승의 '햇살에게' 中


구두를 새로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 김상옥의 '어느 날' 中


평범한 사물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인들의 놀라운 재능에 감탄하며 읽어내려간다. 그러다 마주친 시 한 편이 내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을 느낀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성격도 사는 처지도 다를 터인데 어쩌면 이리도 내 마음에 합한 내용으로 시를 썼을까 놀라게 된다. 길지 않은 몇 구절에 수많은 의미를 담아 놓은 시의 매력은 삶의 축약과 그에 대한 공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나의 감정을 그에 꼭 맞는 언어로, 혹은 몇 구절의 절묘한 조합으로 표현해 냈을 때, 우린 깊이 공감하며 마치 내 얘기인 양 시를 읊조리곤 한다. 이것이 진정 시의 매력인 것이다. 분주한 삶 가운데 마음에 위안을 얻기 위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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