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1 -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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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만화 보는 것도 좋아했고 만화를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한창 황미나 그림에 빠져 연습장에 대고 그려댈 때도 있었지만 모두 다 지나간 일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큰 애가 즐겨 보는 웹툰을 슬쩍슬쩍 들여다 보는 게 만화 보는 것의 전부가 되었다.

작가 서나래.... 사실 작가 이름보다 그림을 보고 '아! 이분 책이구나' 싶었다. 익숙한 주인공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으니.... 그것도 실사로 보여지는 가게 평상 위에 자리한 만화 주인공.  어쩌면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작가의 감칠맛나는 내용 전개와 웃음이 묻어나는 그림 솜씨에 푹 빠져 버렸다.

본인의 삶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풀어놓은 책.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와 함께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쌓아가는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칸칸이 들어 앉은 기존의 만화 스타일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칸 없이 전개되는 장면들은 영사기에서 비춰진 작은 장면처럼 아기자기해 보였다. 한 페이지에  보통 4~5 장면이 작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인물의 모습이나 상황, 표정 등이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세세하게 그리지 않아도 그 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잘 표현한.... 눈에 쏘옥 들어오는 그림이라고 할까. 하여간 딱 내 스타일이다. 한때는 순정만화에서 보여지는 드라마틱하고 섬세한 스케치를 좋아한 적이 있었는데 세월 따라 이렇게 취향이 바뀌나 보다. 책의 내용은 '달콤 쌉싸름한 어른의 맛, 어른의 취향, 어른의 기술,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 이렇게 4개의 chapter로 되어 있다. 30대에 접어 든 한 여자 만화가가 좌충우돌하며 어른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놓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읽다 보면 공감가는 부분들이 참 많다. 살면서 느끼는 보편적인 현상을 딱 꼬집어 만화로 표현해 내는 것도 재주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일상에 파묻혀 사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 학교 보내고, 커피 한 잔 마시고는 집안 일 하고, 그러다 보면 둘째 녀석 데리러 가야 하고, 같이 놀아 주다 저녁 식사 준비하고.... 그리고는 휴식을 취하거나 아이와 놀아주다가 잠자리에 든다. 가끔 누군가와의 약속이나 할 일이 있어서 약간의 변동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거의 비슷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 가운데 내 앞에 벌어지는 순간순간의 일들.... 재미나거나 슬프거나 어이없거나 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단상을 기억 속에 다 저장해 두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저 '시간 참 잘 간다' 라고 뼈저리게 느낄 뿐. 그런 점에서 서나래 작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깨달음을 그림으로 잘 표현낸 것 같다. 그녀에게 있어 기억의 저장고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더구나 그녀의 그림을 통해 즐겁게 웃으며 공감해 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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