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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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것이 싫어지고 단순명료한 게 좋아지는 것 같다. 영화도 예전처럼 심오한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작품들만을 선호하지 않는다. 요즘에 명랑 쾌활한 영화나 시원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참 많이 변했구나 싶기도 하다.

영화 속에 드리워져 있는 사색거리들은 감독의 영향이 가장 큰 듯하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들의 작품은 꼭 본다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난 그런 감독이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딱히 없는 거 같다.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부터 두루두루 이슈가 되었던 작품들은 다 본 것 같다. 둘째를 낳은 후부터는 영화관을 자주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화는 20편 중에 5편이나 보지 못한 영화였다. 하지만 대부분 작품성이 인정되는 작품들이라 많은 사람들이 본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설국열차', ' 식스 센스', ' 다크 나이트' 등도 있었고, '피에타', '어둠 속의 댄서', '타인의 삶' 처럼 그 시대나 사회의 부조리를 잘 드러낸 명작들도 있었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라 해야 할 거 같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에 어떤 사상과 철학이 담겨져 있는지, 어떤 심리학적 이유가 있는지.... 저자가 여러 사상가들의 이론을 내세우며 차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다 알고 있듯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희노애락에는 인간의 다양한 사상과 정서가 담겨 있다. 그것을 보고 느끼는 관객들은 개인적 취향이나 사상에 비추어 공감하기도 하고 반감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영화 속 인물들이 보이는 행동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되었는지, 사상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고 심리적 용어를 예로 들어가며 풀어주고 있다. 영화를 이미 본 사람들 중 무심히 지나쳤거나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용어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 '타인의 삶'이란 영화 속에 드러난 심리를 표현한 말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 중 크리스타라는 여자가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그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살아가고 싶은 여자이지만 권력의 억압 속에 자살을 택하게 된다.  이 여자가 겪게 된 상황. 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세계가 다른 무언가의 침입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 사르트르는 이를 '내출혈'이라 표혔했다고 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고, 억압과 회유 속에 감시 당하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 안에서는 내출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각 영화의 장면이나 인물에 대해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 속에 거론하고 있는 철학적 용어들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꼈던 영화에 철학적 사유까지 가미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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