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와 함께 본 영화
곽건용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보며 제목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인간사와 그로 인해 밀려드는 삶의 의문점들을 누군가와 얘기나누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예수님께 여쭈어보고 답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거 같거든요. 물론 성경에 쓰여진 예수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 몇 가지 의문에 대해서는 스스로 좋은 결론을 내렸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처럼 말씀을 깊이 묵상하지 못한 채 어리석은 질문만 가득 안고 있는 사람에겐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 책이 그러한 조언자가 돼주었다 할 수 있네요.
이 책의 저자인 곽건용 목사님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했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는 분이세요. 책에는 27편의 영화가 나오는데 꽤 유명한 영화들이 많이 나와요. 박하사탕, 밀양, 뷰티플 마인드, 서편제, 마더, 박쥐, 다빈치 코드, 바람의 화원 등. 그 중에는 저도 관심 있게 본 영화들도 꽤 있었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몇 편은 어떻게 이해하셨을까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밀양'이란 영화예요. 저는 영화를 다 본 후, 예수님이 말씀하신 용서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었거든요. 여주인공의 아들을 죽인 남자가 온화한 표정으로 '주님께 용서를 받았다'고 얘기할 때 전 여주인공의 분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신앙적 교만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지요. 열성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갖추면서 그녀가 지니게 된 교만 하나는 '자신도 예수님처럼 원수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러한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 거였지요. 자식을 죽인 사람을 사랑으로 용서할 수 있을 거 같다던 그녀가 '예수님께 용서받았으니 당신의 용서는 필요없다'는 남자의 말에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곤 다시 예전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냉정함을 안고 살아가게 되지요. 영화의 마지막에 지저분한 마당을 골고루 비추고 있는 따스한 햇빛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그것을 보며 세상 곳곳 사랑이 닿지 못할 법한 곳까지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시는 예수님을 느끼게 되지요. 사실 제가 영화를 보며 느끼고 깨달은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곽건용 목사님은 용서를 받았다는 남자의 모습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예수님께 용서를 받았으니 당신의 용서는 필요치 않다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자기 만족의 용서라구요. 죄를 지었다면 세상 사람들로부터도 용서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을 간과하고 주님과의 관계에서만 간단히 용서가 되었다면 그것은 주님이 말씀하신 근본적인 용서가 되지 못한다구요. 어쩌면 살아가면서 우리도 이와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내 상황에 맞게 왜곡시키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처럼 각각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상황, 주제 등을 예수님의 말씀을 적용하며 풀어내고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장면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자는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불교와 천주교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기독교에서 전하는 메시지 못지 않게 좋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만다라와 같은 불교적 영화에서 받은 깊은 감명도 적어놓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영화적 감상과 해석은 다채로운 시각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무언가를 즐기면서 그 가운데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적 재미에 빠져 단순히 영화에서 전해주는 메시지만 건져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인데, 영화의 사소한 장면 하나에서도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예수님이 전해주시는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지요.
저도 노력해봐야겠네요. 말씀을 더 깊이 묵상하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말이죠. 그러면 언젠가 목사님과 같은 영화 평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