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Living, Loving - 중국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그녀의 열정어린 러브레터
김은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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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파리에서 일하다 패션에디터로의 열망을 품고 한국에 온 그녀.

엘르, 마리 끌레르를 거쳐 '마담 휘가로'의 편집장으로 있다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했다고 한다.

화려한 경력이다.

드라마 '스타일'의 김혜수가 떠올랐다.

책장을 넘기다 발견한 사진 한 장. 김혜수와 다정하게 찍은 글쓴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멋지게 자신의 일을 잘 해나가고 있던 글쓴이는 남편이 중국으로 발령을 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이 쌓아놓은 일과 그 결과물들을 고스란히 내려놓은 채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

더구나 누구나 들어도 알 만한 멋진 도시가 아니라 '선전'이라는 낯선 도시로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녀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오직 한 길만 파고들며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던 커리어 우먼이 모든 걸 내던지고 낯선 도시로 떠날 수 있었을까?

 

그녀는 모든 걸 정리하고 남편을 따라나선다.

가족은 다 같이 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남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을 막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라도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그녀는 어떤 저항도 없이 선뜻 내려준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Leaving

 

떠난다는 것.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일 테지만 떠난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떠나기 위해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집안 살림 정리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마지막 만남까지 이래저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마무리해가는 글쓴이의 모습에서 그 깐깐하다는 편집장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

묵혀 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하며 여린 감성에 빠져 보는 모습이나 지난 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사진 정리를 하는 모습도 떠나기 전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이겠지만,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낯설고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새로운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리라.

 

 

Living

 

새로운 곳에 정착해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한 지역에서 살아온 나는 그 기분을 감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과 적응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 그리고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몇 년을 보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적응이란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글쓴이는 예전에 자신이 기자였던 것을 십분 발휘하여 선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비롯하여 중국인, 세계 각국인들을 대상으로 선전에서 살아가기 위한 Tip을 조사해서 올려 놓았다.

몇 년 째 거주하며 체험한 그들의 삶의 노하우들을 귀담아 들으며 그곳에 정착해 나갔던 것이다.

막연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본다는 차원을 넘어서  확실한 삶의 노하우를 지니고 살아가려 노력했던 그녀의 부지런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부지런함은 마침내 선전대학교에 들어가 중국어 공부까지 하게 만드는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많은 걸 얻게 된다.  

선전이란 도시를 사진과 구체적인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기에 어찌보면 관광가이드보다 더 많은 자료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직업에 따른 남다른 감각으로 그곳에서 보고 느낀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관한 그녀의 소감들은 많은 사진과 더불어 나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의 집을 소개해 주며 그들의 스타일에 대해 얘기해 주거나 자신의 집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자신의 관심사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적용하며 살아간다는 건 낯선 세계를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녀는 확실히 이 방법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선전이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문화적 요소들이며 풍물, 사람들의 일상까지 사진과 글로 속속들이 보여주기 때문에 읽을거리는 너무나 풍부했다.

 

Lovig

 

마침내 선전이란 도시에 조금씩 젖어들어 그곳의 음식과 풍경과 문화를 사랑하게 된 글쓴이.

그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그녀의 심경이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선전을 사랑하게 된 것도 그녀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곳을 알아가려 노력했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즐기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두려워 하지 않았고 그토록 싫어하던 중국어조차 대학에까지 들어가 공부하고 있으니 그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녀를 위한 삶의 자극제들이었나 보다.

 

어쩌면 그녀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은 후, 풍족한 삶 가운데 누리는 다양한 경험이구나 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더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다 접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 든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세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더 잘 알려고 노력했으며 자신을 일으켜 세울 다양한 지식들을 채워나갔다.

그와 더불어 아내로서 엄마로서 소홀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까지.

 

그녀의 나이 40.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나서기엔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그럼에도 남편의 길을 응원하며 함께 나서준 그녀.

그리고 삶의 활력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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