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깨우기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1
이어령 지음, 노인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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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으실 거예요.
이 책은 일흔이 훨씬 넘으신 이어령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위해 쓰신 책이랍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린이,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독창적인 어린이로 자라길 소망하며 쓰신 책이라고 하네요.
청소년 이상의 눈높이로 다소 깊이 있는 글들만 써오신 선생님이 어떤 방식, 어떤 내용으로 글을 적으셨을 지 궁금하더라구요.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춤추는 생각 학교 시리즈 중 1권에 해당하는 책이에요.
잠시 소개하자면 1권이 [생각 깨우기] , 2권이 [생각을 달리자], 3권이 [누가 맨 먼저 생각했을까], 4권이 [너 정말 우리말 아니?], 5권이 [뜨자 날자 한국인]이랍니다. 
1권만 읽어 봤는데도 나머지 다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 - 이것이 뭐지? 그래, 물음표야. 가만히 들여다봐. 꼭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양 같잖아.
!- 이 부호를 잘 보렴. 마치 사람이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르는 모습 같지 않니? 가슴을 펴고 등을 꼿꼿이 세운 느낌표의 충격과 감동! 물음의 끝에는 늘 이런 세계가 있지.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조금은 까다로운 것들인데 참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하셨죠? 
아이들의 눈높이로 차근차근 설명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제 귀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박히더라구요.
사전적인 의미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선생님의 탁월한 글솜씨에 다시 한번 놀랐답니다.
첫 장을 펼치고 난 후 쉼없이 읽어내려가는 딸의 모습에서도 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럼 이 책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어떠한 지 간단하게 살펴볼게요.
이 책은 모두 8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첫 번째 마당 : 생각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물음에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되지 말라 되어 있더군요.
저도 딸에게 강조하곤 하지요. 자신의 생각에 대해 물으면 '몰라. 그냥.'이런 표현은 하지 말라고.
넌 왜 파란색을 좋아하니?  그냥.
이러면 전 야단을 친답니다. 왜 자신의 생각을 그렇게 대충 말하고 마냐고.
그건 파란색이 주는 시원한 느낌이 좋아서요. 아니면 하늘이나 바다를 좋아하는데 그것과 색이 비슷하잖아요.
이런 식으로라도 좋아하는 이유를 말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연수도 평소에 제가 강조하던 내용이라 그런지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마음에 담아 두는 것 같더라구요. ^^
그리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고개만 끄덕이고 오는 학생이 아니라 의문점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는 학생이 되라는 말도 있더군요.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것들.
역시 책 읽기와 대화더군요.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적절하면서도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시니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구요.

 
두 번째 마당: 호기심은 모든 생각의 씨앗
여기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얘기가 나와요.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연 판도라의 호기심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우리 인간은 불행이 있기에 행복을 아는 것이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의 참맛을 느끼는 거라고.
그리고 이러한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이 문명을 이룰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역설하고 있지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인 에디슨도 나오지요.
저도 늘 연수에게 애기한답니다.
똑똑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길 수 있는 사람 이길 수 없다고.
2천 번의 실험 끝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 한 말

"나는 1999번 실패를 한 게 아니라, 전구를 만드는 데 알맞지 않은 1999가지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오."(35쪽)

몇 번의 실수로도 나에게 야단 맞았던 연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 번째 마당: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면 다르게 보기부터
여기에는 '종의 기원'을 쓴 다윈과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김홍도가 소개되어 있어요.
20여년 동안 세계를 돌며 모든 동식물을 채집하고 관찰한 다윈, 그 한 사람의 관찰력이 50억 년 지구의 비밀마저 풀어낼 수 있었다는 거. 
호랑이 그림에서나 풍속화에서나 그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내 내는 김홍도,  그의 그림에서 변화되어 가는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
이렇듯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책과 그림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지닌 탁월한 관찰력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은 다른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라며 관심을 가져주는 센스.
우리 모두 센스있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네 번째 마당: 생각을 그려라!
여기에는 헬렌켈러와 그의 스승인 설리번 선생님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설리번이 말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심지어 보지도 못하는 헬렌켈러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나오지요.
짐승과도 같은 상태에 놓여 있던 헬렌켈러가 어떻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물을 인식하고 쓸 수 있게 되었는지...
헬렌 켈러는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대상을 인식할 수 있었더군요.
이미지.... 생각의 집을 지을 줄 아는 사람만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거지요.
아이들 가르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만큼 좋은 학습이 없더라구요.
특히 시 같은 경우에는 그대로 해석하고 외우고 하면 참으로 힘든 것인데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어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쉬워지니까요.
연수는 보통 그림으로 자주 표현하곤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다섯 번째 마당: 생각의 꽃, 추리
추리를 사전적인 의미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요.
여기서는 재미있는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 주며 추리란 어떤 것인지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요.
여기서도 앞에서 언급한 관찰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지요.

추리력은 지식이나 인격만으로 쌓이지 않아. 어떤 현상을 꼼꼼히 관찰한 뒤 그 원인과 결과를 찬찬히 살피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쌓을 수 있는 힘이지.  (73쪽 )

이제 '범인'을 '진리'로 바꾸어 생각해 봐. .....이때도 추리력은 네가 문제를 풀어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거야..... 명탐정이 되어 멋진 추리력으로 차근차근 풀어 나가면 결국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거라 믿어. (77쪽)

추리소설도 아이들에겐 도움이 많이 되지요. 객관적인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내는 일...
연수도 여기에 소개된 셜록 홈즈를 보며 추리 소설에도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언제 시간을 내어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여섯 번째 마당: 생각의 틀을 깨면 새로운 세상이 보여
생각의 틀, 즉 고정관념을 깨라는 얘기죠.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는지 알겠더라구요.
연수도 여섯 째 마당을 읽으며 많이 놀랐다고 그러더라구요.
"엄마, 여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 사람은 여자였거든. 그런데 왜 난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당연히 남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의 고정관념이었던 거야...그러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그랬구나 하며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연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겁니다.
연수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었는데도 연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니....
고정관념이란 그런 것이더군요. ^^
단순히 양성평등을 운운하는 그런 글이 아니라 한번 잘못 박힌 생각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그것을 가르쳐 주더라구요.

생각도 그렇게 자유로워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지 않겠니? (87쪽)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고정관념의 울타리를 부수고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그대로 담겨져 있더군요.
여자애가 이러면 되니? 라고 꾸짖었던 나.
많이 반성했습니다. 

일곱 번째 마당: 숨은 그림 찾기, 상징 
'삼어도'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
공부하는 선비가 있는 집에는 꼭 물고기 세 마리가 그려진 병풍이 있었답니다. 왜일까요?
삼어도가 지닌 깊은 의미를 통해 '상징'의 뜻을 설명하시더군요.

어떤 뜻이나 가치를 구체적인 모양이나 물건, 기호로 나타내는 걸 상징이라고 해. (103쪽)

이밖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몇 가지 기호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셨어요.
'상징'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개념인데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셨더군요.
더불어 동서양의 우주관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연관지어 설명해 주셔서 너무 좋았답니다.

여덟 번째 마당: 행동이 생각을 이끈다.
'사람의 손과 발에는 뇌가 달려 있다?'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으로 내용이 나누어져 있어요.

생각하는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힘은 바로 실천에서 나와. 직접 행동을 해 봐야 자기가 품은 생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바꿔 나갈 수 있어....... 네 손과 발과 몸이 네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바탕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구나.

한마디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자만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거지요.

이렇게 여덟 마당이 다 끝나고 나면 뒷마당이라 해서 '내 방식대로 생각 키우기' , '책 속의 책 나의 작은 생각 사전'이 들어 있었어요.
이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이 어떤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해 놓은 거죠.
하지만 이 부분이 너무 짧게 느껴져 조금 더 분량을 할애햇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은 했답니다.

적절한 예와 재미난 서술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에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고 꽉 짜여진 일과표를 감당하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
그리고 그러한 일상 속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은 요즘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지 알려 주는 책이니까요.
노인경씨의 삽화도 인상적이었어요.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색채와 그림으로 글의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해 주고 있더군요.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고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조그만 자극이라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책의 역할은 훌륭히 해냈다고 봅니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생각의 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이 자유로운 발상에 방해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이미 많은 도움을 받은 거지요.

이 책은 아이들을 염두해 두고 쓴 책이지만 어른도 함께 읽어 볼만한 책이예요. 
아이가 생각의 틀을 깨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려면 부모도 그러해야되니까요.
나머지 4권도 제 딸과 함께 읽어봐야겠어요.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을 지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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