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아니면 어떤 일이 일어날 횟수가 한정되어 있는데 그 횟수를 내가 알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에는 나에게 일어날 일이 숫자로 주어지고 그 숫자만큼 일이 일어나는 7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다. 7개의이 야기 속에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우연히 어떤 문장을 읽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오직 횟수에 해당이 되는 일이 일어날 때만 눈앞에 보이게 된다. 어찌 보면 현실적이지 못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은 결코 황당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이 느껴진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의미없이 흘려버릴 일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건 이 책에 나오는 숫자가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30일이라면 그 얘기를 들은 날부터 30일, 29일, 28일... 내 삶이 끝날 날까지 헤아려 갈 것이다. 마침내 0이란 숫자를 대면하게 될 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제목이 무척 길다. 그런데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는 328번 남았다는 말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없다는 건 어머니와의 이별을 뜻하는데 단순히 떨어져 지내는 건 아닐 거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어느 날인가 자신의 눈 앞에 보인 숫자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리고 집밥을 먹지 않게 된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려주신 집밥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집을 떠나 엄마의 집밥을 먹지 않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자신의 밥을 먹지 않으려는 아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런데 그 숫자의 의미가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주인공은 마침내 엄마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것들을 해달라 요구한다. 그동안 먹고 싶어도 참고 참았던 그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 둘 얘기하며 엄마의 집밥을 먹고 싶다 얘기한다. 과연 그 숫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 말고도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 당신이 수업에 나갈 횟수는...',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등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횟수를 정해 놓고 그 한정된 상황 속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재미나게 써놓고 있다. 저런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예상과는 다른 엉뚱한 결말에 때로는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울컥하기도 했다. 특히 '당신이 수업에 나갈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는 주어진 횟수를 보며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국어시험을 12점밖에 받지 못하던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수업 횟수가 줄어드는 걸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부 못 하는 고등학생에게 1만 6213번이란 횟수는 엄청난 숫자이다.어떻게 저 숫자를 다 채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야기 끝에 주인공의 직업을 알게 된다면 나에게도 저런 숫자가 정해진다면 좋겠다 할 지도 모른다.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어떠한가? 횟수에 상관 없이 아예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그 숫자만큼 불행은 온다. 숫자만큼의 불행을 겪은 주인공은 어찌 되었을까? 그 비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항상 행복한 사람도 없고 항상 불행한 사람도 없다. 언젠가는 그 끝이 있다. 그 끝에서 또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인생이란 새옹지마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숫자가 주어지든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 횟수를 채워가며 열심히 산다. 그 숫자가 줄어갈수록 삶에 대한 의미를 더 깊이 바라다보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늘 곁에 있어 좋아한다 소리 사랑한다 소리 한 번 안 한 사람에게 당장이라도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길 수도 있고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날 횟수나 내게 주어진 기회의 횟수도 한정되어 있을 수 있다. 인생은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내 곁에 머물며 사랑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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