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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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을 현실에서 이루어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치열한 경쟁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꿈과는 무관한 일을 선택하게 되고 그 일에 매몰되어 자신의 꿈은 잊혀지게 되는 게 흔한 일이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아가는 이 공간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을 꾼다. 심지어 아무나 상상할 수 없는 우주여행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로켓을 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우주인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시도해 볼 용기는 있을까? 이 책에는 오래 전부터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안고 우주여행을 꿈꿔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주인 공개모집에 지원한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우주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있었다.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우주인에 대한 꿈과 열정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주인공 또한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우주인 모집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려는 각 인물들의 노력은 그들의 간절함이 어떠한지 알게 해 준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이고 신체적인 역량과 각종 테스트를 통과하는 실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약간의 부족함이나 실수로 뒤로 밀려나거나 탈락하는 모습을 보며 같은 꿈을 지닌 사람들의 경쟁이 얼마나 더 안타까운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안다. 처음에는 경쟁상대들로 만났지만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우주인에 대한 꿈은 그 크기를 비교할 수 없이 같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 때문에 누군가 탈락이 되면 기뻐할 수만은 없게 되는 것이다. 누가 더 절실한지 누가 더 잘 하는지 어떤 기준을 두고 평가해서 떨어뜨린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우주인 선발을 위한 시험 내용이 너무 실감이 나서 작가의 이력이 궁금했다. 작가는 14년 동안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이 이 책의 내용을 더 실감나고 풍부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을 위해 13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35번이나 소설의 내용을 고쳤다고 하니 작가의 정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문장마다 인물의 심리적인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우주인 후보들 각자의 심정이 그들 각자의 시점으로 잘 드러나 있어 서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그들만의 고뇌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이 작품에 감동을 더해주는 큰 요소가 되었다.

중력에 끌리듯 현실에 매여 살아가는 우리들. 한번쯤은 무중력의 상태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우리들이지만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도전할 용기가 있을까?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며 작은 용기라도 내어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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