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 나츠의 "신들이 노는 정원"은
일반인이 꿈꾸지만 실현하기엔 쉽지 않은
"북해도에서 일년살기"를 그린 수필입니다.
우리 나라 식으로는, "강원도에서 일년살기" 정도일까요.
그냥 북해도도 아니라 국립공원 안쪽,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편의점까지 30km는 떨어진 산골 구석이지요.
겨울이 되면 쓰러진 나무로 도로가 봉쇄되고 난방이 끊기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런 곳입니다.
저는 당연히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이나 (이건 북해도가 아니군요ㅡ 죄송)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처럼 북해도 힐링 소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요.
작중에서 "미야시타 씨"라고 사람들이 저자를 불러서 그제야 에세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거기다 초등생 두명과 입시를 앞둔 (일본은 고등학교 입시가 있음)
중3을 데리고 가다니, 이 엄마, 보통 용기가 아닙니다.
작품은 월간 연재한 동명의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양과 강철의 숲"을 읽고
멋대로 작가는 마음이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촌철살인의 유머가 작렬합니다.
책을 읽다가 박장대소해서 옆사람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구절에는 플래그를 붙여놓았는데, 다 읽었을 때는
플래그투성이가 되고 말았답니다.
가혹한 자연에 맞서 살아야 하는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따뜻하고 서로서로 배려하고 챙겨 줍니다.
한줌밖에 안되는 아이들도 어느새 단짝 친구가 되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년을 보냅니다.
어른들을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고,
선생님들은 의욕이 넘치고 아이들을 깊이 사랑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학교 급식으로
조리사 선생님이 직접 구운 케이크가 나오는
마치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마을.
그러나 이런 마을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중학교를 마치면
부모 곁을 떠나 읍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마을에도 고등학교가 있지만,
마을에서 초중고를 모두 마치면
바깥세상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서 고등학교만이라도
학생이 많은 일반 고등학교에 갑니다.
그래서 마을의 고등학교는 폐교 위기에 있죠.
중학교 선생님의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마을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적응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이곳 아이들은 친구를 만들 줄 모르거든요. 여기 있으면 모두가
처음부터 친구니까요."
따뜻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년을 산촌유학생으로 보내는 미야시타 가족,
제한된 기간의 끝이 다가올수록 아쉽고 마음은 갈팡질팡합니다.
과연 마지막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길지 않은 책이지만, 짧지 않은 감동과 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