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이방인!

이방인 외 - easy 문학 ㅣ 논술대비주니어문학 8
알베르 카뮈 지음, 방곤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은 정말 대단한 책이다. 노벨 문학생을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충분히 다분히 있는 책이다. 나는 책을 참 비판적으로 읽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읽은 책은 드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뿌듯하리만치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뭔가 깊이, 많이 생각할 것들을 남겨주는 것 같다. 카뮈는 직접적으로 소설을 쓰는게 아니라 그 하나하나에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문학이란 이렇게 돌려서 돌려서 독자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문학을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의 끈을 하나씩 하나씩 이어나가서 결국 작가가 생각한 것들을 캐내어 공감하는 것이 문학을 읽는 큰 즐거움이 아닐까!?

대충 읽을 경우 무척 단순한 책이라 할지도 모른다. 뫼르소가 짜증내는구나, 귀찮아하는구나,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 책은 심도있게 읽을수록 복잡 미묘한 맛이 있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나이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어머니에게 무신경하다. 물론 아버지나 다른 가족이 있었어도 뫼르소는 다같이 무신경하게 대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흘리거나 슬퍼하기는 커녕 회사일을 빠져서 상사에게 눈치받는 것과 따가운 햇살에 짜증낼 정도니까..

나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때 경비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는 길이 먼 것에 짜증을 부리고, 돌아가신 다음날 여자와 성관계를 갖는것이, 단순히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자동화, 기계화되어가는 인간을 그린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그것은 뫼르소가 사형선언을 받는데 영향을 미친다.

햇살에 의해 살인까지 저지르며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도 귀찮아하고 깊이 오랫동안 생각할 줄 모르는 뫼르소에게서 아노미를 여실히 드려다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노미현상을 겪에되면서 사회적으로 혼란기를 맞은 것은 불과 십년 안팎일것이다. 그러나 외국에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 아노미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인간소외가 시작되었다. 그로인해 이같은 뫼르소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부모와 자기 자신에 대해 무방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으며 관료제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이 소설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으나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은 꽤 많은것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들을 하나씩 파해쳐 가며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과 인간다움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그언니는..

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봉순이 언니는 예전에 모방송국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되어서 유명해졌다. 나도 그 유명세에 못이기는척 읽었다. 그런 책 소개에는 좋은 책도 있으나 또 그만큼 상업적으로 소개되는 책도 많다. 소개만 휘황찰란할 뿐 별 내용이 없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봉순이 언니는 그 방송 프로그램을 욕먹이지 않을만큼은 됐던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대적 상황과, 배경과 내용이 잘 조화된 소설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어서 어려운 얘기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그런 힘든 시절의 구질구질한 얘기들만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상황을 나타낸 소설들을 보면 대개가 전쟁 전후, 일제시기로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봉순이 언니도 그런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봉순이 언니.. 이름도 참 대중적인것 같다. 한때 봉순이라는 이름은 얼마나 평범했을까? 지금의 수진이, 나영이 하는 것처럼 그시절에는 봉순이, 순자 등등이 흔할 때겠지.. 언젠가 내 이름이나 내 친구 이름이 봉순이, 숙자, 말자 하는 것처럼 웃긴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습기도하고 두렵기도하다.. 어쨌든 봉순이 언니는 식모살이를 한다. 결국 이남자 저남자를 만나다 몸을 버리고, 인공 유산도 시키고.. 그러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마는..

나도 이 시절을 살지 않아서 충분히 내용을 공감할 수 없지만, 나보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더욱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고,  아이들이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서 우리나라가 이랬다는 사실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남자! 그여자!!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그여자네집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그여자네집이 나온다. 시와 적절하게 조화된 환상적인 소설이다. 나는 그 소설이 단편이었지만 10권짜리 장편을 읽은 것 못지 않은 감동과 즐거움을 맛보았다. 왜 이 소설은 이렇게 짧은가 아쉬워했다. 그러나 더 길었다면 이내 지겨워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남자네집은 그여자네집과 다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여자, 박완서님.. 물론 박완서님이라고 바로 나오진 않지만.. 박완서님의 자전적 소설로 보인다. 꽤 오랜 시간을 걸쳐, 심지어 결혼한 후까지 이어져 가는 박완서의, 아니 소설속 그여자의 첫사랑.. 연하의 그남자를 만나 전쟁시절을 사치스럽게 보내고,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 첫사랑의남자를 버렸다. 그러나 그남자는 그여자를 잊지 못했고, 둘은 다시 만난다.. 장바구니를 들고 그남자,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소설속의 그여자.. 그여자는 마냥 즐겁기만하다.. 그렇게 힘든 시절.. 그녀는 부유했으니까..

난 차라리 박완서님이 전쟁후의 이런 사치스러운 사랑얘기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어려운 이야기들, 그 어려움을 겪어내는 이야기를 써주길 바랬다. 모두다 힘들어 하던 시절, 박완서님 자신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통해 생각한다면 그녀는 분명 모두 어려운 시절 잘살았다. 그래서 그 어려움을 몰라서 소설로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쓴다해도 겪지 않았기에 그 아픔을 다 담아낼 수 없을지도..

하지만 적어도 이런 소설은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모두다 한결같이 전쟁후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한다면 그런 어려움이 마음으로 와닿기보다 진부하고 시시해져버릴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이런 호화로운 첫사랑과의 바람난 이야기는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

만약 박완서님 자신의 이야기라면.. 나는 너무도 냉소적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

11분..??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참 잘 읽었다.. 그 내용은 특별히 재밌다거나 감동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한번쯤 느낄법한 것들을 그럴싸하게 적어놓아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직 내 나이가 많지 않아서 모두다 공감하진 못했지만, 아! 나이가 들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할거야,.. 라는 생각이 들 글귀가 자주 나왔다. 그래서인지 연금술사라는 책으로 처음 접한 파울로 코엘료는 인생의 황혼에 도달한듯한, 인생의 진리를 전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11분은 연금술사보다는 그러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말하진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와 비슷한 분위기의 이 책을 지었을까? 물론 연금술사와 11분은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가 아닌 책 자체에 받은 느낌은 비슷했다. 연금술사가 더 나은듯한데, 왜 그 뒤를 이어 이 책을 만들었을까? 연금술사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런 미세한 차이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양치기를 통해서는 얘기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이 명예와 돈을 찾아 낯선 땅으로 가서 창녀가 된 마리아를 통해서 얘기할 수 있었기에 이 책을 지은게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야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성에 대해 얘기한다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아무리 더럽거나 추하지 않은, 순수한 성을 얘기한다해도 야하다는 생각을 할법한데, 이 책은 그런 외설스러운 느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참 좋았다. 그런 점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또한번 놀라웠다.

성이란, 사랑이란 즐거움만을 통해서 쾌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서도 쾌락을 얻을수 있다는.. 어찌보면 너무도 비정상적이지만 이 책에서는 더럽다는 느낌이 들지않는것.. 그것은 이 책이 문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설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

아직도 당신은 부처가 아닌체 하고 있는가?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당신은 오늘도 돈 몇푼에 아옹 실랑이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오늘도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해 친구와 가족과 아옹 다옹 말다툼을 벌이고 있진 않은가? 왜 당신은 오늘 이 순간에도 세상의 것들에 얽매인척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소중한 것처럼 보이려 하는가? 당신은 부처인데 왜 부처가 아닌척 하며 살아가는가당신은 사실은 이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온 부처인데 왜 부처가 아닌척 하며 살아가는가? 너무 오랫동안 당신은 당신이 부처가 아닌체하며 살아가서 이젠 당신이 부처라는 사실도 잊어버리진 않았는가? 당신이 부처로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을 되세기길 바랍니다.

한 해가 바뀌고 다들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를 계획하셨겠죠? 저는 이번 겨울에 머리속에 불이난 시인과 함께 인도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여행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여행은 또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깊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배운게 많습니다.인도는 더럽고 가난하고 범죄가 많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시인의 눈으로 보인 인도가 시인의 손끝으로 옮겨져서 인지 참 훈훈하고 정답게 그려졌습니다. 언젠간 내가 직접 가봐야 할 그리운 곳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저 이 시인의 책을 읽으면서 시인과 함께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인은 시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것을 적었고 나는 그것을 읽었지만 나는 인도의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것을 생각할수 있었습니다. 다 같은것을 본다고 해서 다 같은것을 느끼는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시인은 시인대로의 느낌으로 책에 썼겠지만 제가 본 인도는 그 시인의 인도와는 다르니까요. 나는 나만의 인도를 여행한 샘이 되었습니다.인도에는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시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일때 영국인들이 인도에 와서 골프를 즐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골프공을 떨어뜨리면 그 즉시 원숭이가 주워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기를 제대로 할수 없는 영국인들은 결국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곳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규칙을 다시 만들었답니다. 공을 잘못 떨어뜨려도 원숭이가 주워서 홀에 넣어주는 경우도 있구 홀에 들어가려는걸 원숭이가 주워서 물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세상사는것도 이런것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일이 나쁜일이되고 나쁜일이 좋은일이되고.. 우리는 부처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조금 여유롭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인도는 모든곳에 신이 있는 나라입니다. 신은 지금 내 앞에도 있고 내마음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당신이 신입니다. 인도의 신은 우리의 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죠.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신이란건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심어주기 위해 존재하는것 아닐까요.

사람은 인생 수업을 받으러온 여행자라고 합니다. 어쩌면 지구는 너무 삭막해서 여행자가 내리기에 적절하지 못한곳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마 자세히 보면 너무도 배울게 많은 곳입니다. 지구 사람의 6명중 1명은 인도인인데 그들에의 마을을 여행하는것이 나쁘진 않겠죠. 지금당장은 갈수 없으니 책으로라두요..류시화 시인은 인도에서의 사소한 일들을 적고 여유로움을 이 책에 묻혀두었습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그 여유로움을 조금이나마 가질수 있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몇일도 지나지 않아 나는 또 시인처럼 부처가 아닌체하며 살아갑니다. 나도 류시화 시인처럼 나는 진짜 부처가 아닌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내가 부처라고 느낄수 있었으니 나쁘진 않죠. 여러분도 머리속에 불이난 시인과 함께 인도 여행을 가 보는건 어떠세요? 시인보다 더 많은것을 느끼고 시인보다 더 아름다운 눈을 가질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