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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평점 :
『문장의온도』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덕무의 위로

책바보라는별명으로 불릴만큼 애서가였던 이덕무는 서얼출신의 실학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문재인대통령님이 "내 청춘을 이끈힘은 이덕무의 글이었다"라며 이덕무를 롤모델로 삼을정도로 훌륭한 학자입니다. 많은 이들이 위인으로 삼는 세종대왕도 정조대왕도 아닌 실학자였던 이덕무를 어떤 이유로 롤모델로 삼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문장의온도 는 이덕무 마니아인 고전연구가이자 고전역사연구회 뇌룡재 대표인 한정주씨가 엮고 옮겼습니다. 그는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조선의 에세이스트라고 이덕무를 칭했습니다.
이덕무님의 글은 표지에 글처럼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처럼 사소한 글이지만 과장되지 않고 솔직한 자신의 감정의 글로 잘 써내려갔기에 현대인이 읽더라도 위로가 되고 응원과 격려를 건냅니다.
저는 이덕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문장의온도 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너무나 좋은글들이 많아서 밑줄 쫙 그어서 계속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이덕무님의 보석같은 글들을 다 옮길수는 없지만 몇가지 올릴께요. 이덕무님의 글에 한정주님이 옮긴글 형식으로 문장의온도 책은 진행이 됩니다.
p35
말똥구리와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선귤당농소-
한정주님은 이렇게 옮겼다.
말똥구리에게 여의주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용 역시 자신의 여의주가 귀한 만큼 말똥구리에게 말똥이 귀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사람의 시각이 아닌 하늘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주 만물의 가치는 모두 균등하다. 단지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할 뿐이다.
p140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다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훗날 반드시 문득 깨치는 날이 있다면, 바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관청의 수령이 평온하고 조용한 성품을 갖춰서 이렇다 할 일을 하지 않아 백성들에게 베푼 혜택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온 수령이 몹시 사납고 잔혹했다. 그 때서야 백성들은 비로소 예전 수령을 한없이 생각하며 그리워했다.
-이목구심서-
한정주님은 이렇게 옮겼다.
무위도식과 무위지치라는 말이 있다. 모두 무위를 말하지만 전자는 무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고 하는 반면 후자는 무위야말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진리라고 한다. 같은 말을 갖고 어찌 이리도 다르게 사용되는지 모르겠지만 돈과 권력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하라고 한다. 그러므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려면 오히려 무위도식하는 삶을 긍정하고 창조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덕무님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뽑아 한정주가 덧붙인 글을 보니 더 이해도 잘 되고 평범한 일상속의 삶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낄수 있다는것을 느꼈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지만 문장력은 많이 부족하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과장되지 않게 잘 쓰지 못하고 내 감정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덕무님의 글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큰 사건이 있는것이 아니지만 오직 마음속에서 나오는것을 글로 잘 써서 울림을 주는 글들이 정말 많았다.
이덕무는 서민들의 실제 삶에 관심을 가졌던 학자였습니다. 그만큼 특별할것 없는 일상을 화려하거나 세련된 문장이 아니어도 감동을 주는 보석같은 글들이 많습니다. 그는 치열한 생활인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탁상공론에 휩쓸리지 않았고 그는 무엇보다 어떤 관념보다 삶이 제일 먼저라고 확고한 철학을 가졌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잘난체하지 않고 문장 그대로 삶그대로 자연스럽게 글을 썼고, 지혜로웠다는것이 느껴진다.
#문장의온도 를 읽고 좋은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내 감정과 생각에 솔직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의 학자의 글이라 오래된 글이지만 한정주님의 덧글로 인해서 더 쉽게 이해되었다.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보면 더 깊은 울림을 받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