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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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라는 이름은 무수히 들어봤지만, 정작 나는 이 책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프랑스 작가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있어, 괜찮을까 하는 기우로 시작된 만남.


다른 책과 병행을 해서 그런지 빠져들겠다 싶으면서도 막상 조금씩 읽다가 내려놓기 일쑤였다. 분명히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아껴두는 것처럼. 그리고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리며 비로소 마음껏 이 책에 빠져들었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전직 경찰, 현직 플로리스트. 자상한 애인, 안정적인 결혼이 눈앞에 보이지만 매주 두 번 심리상담을 받는 여자. 구하지 못한 앨리스 딕슨 사건에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영혼.

 

그리고 한 남자. 성공한 셰프였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아내의 불륜으로 모든 것을 날리고 작은 식당을 하며 살아간다. 가장 가깝게 맞닿은 영혼이라 믿었던 아내와의 헤어짐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각각 파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 두 남녀는 우연히 뉴욕 공항에서 부딪치고 서로의 휴대폰을 바꿔든 채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온다. 바뀐 건 휴대폰 단지 그뿐이지만, 그 휴대폰으로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문득 휴대폰이란 존재가 그렇게까지 내 삶을 들어낼 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생각이 미쳤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휴대폰은 고스란히 내 취향을 반영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메일, 문자, 메신저, 사진첩, 그리고 자동 로그인이 선택된 몇몇 어플...엉성하지만 내 하루 일과와 일상이 조심스럽게 재구성된다. 덧붙여 개인적인 취향까지. 잘되면 로맨스지만, 멘탈리스트나 크리미널 마인즈 같은 미드에 등장했다면 범인의 휴대폰 하나만 습득하면 잡는 건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난 정말 이 책이 로맨스일줄 알았다. 앨리스 사건과 아내의 불륜 사건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휴대폰을 매개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을 키워갈 줄 알았단 말이다. 하지만 로맨스는 무슨~ 두 사람은 매들린을 자살로까지 몰았던 실종 소녀 앨리스에 대한 각기 다른 실마리를 갖고 있었고, 급작스럽게 책은 스릴러로 방향을 튼다.

 

중간까지는 내용을 곱씹으면서 읽었다면 종반에는 그야말로 책장을 넘기는 데 몰두했다. 도대체 앨리스는 어떻게 된 건지, 두 사람은 만나는 건지, 범인은 누구인건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거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궁금증은 커져만 갈뿐 속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아...그리고 찾아온 끝. 예상한 끝이었지만, 과정은 예상과 달랐다. 나는 뮈소가 섬세한 로맨스를 쓰는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스릴 넘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힘있는 작가인줄 몰랐다. 아니, 찾아보니 이 또한 뮈소의 신선한 시도라고 했다. 어쩌면 뮈소의 다른 책을 찾아읽을 나는 약간의 실망을 안게 될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시도를 처음으로 접한 나는 무의식 중에라도 이 책의 기억을 갖고 전작들을 읽게 될 테니...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난 매들린과 대니 커플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런 남자, 꽤 매력있지 않나?

 

그 이삼 초 동안 시간은 정지했다. 그 이삼 초 동안 그들은 열네 살 시절로 돌아가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 그 이삼 초 동안 삶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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