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 사미인
문은숙 지음 / 발해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4백 살이 되는 나는 인간으로 위장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첫날 교실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존재, 명. 그 아름다움과 힘에 압도되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지만 결국 명의 곁에 머무르게 된다.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이건만 명은 왜 내게 마음을 주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인데...라고 반희는 생각한다.
 
하지만 명의 곁에 머무를수록 반희는 과거에서 한걸음씩 성장을 한다. 내 존재를 받아들이고, 내 모습을 어여삐 여기고, 자신이 여우로부터 사랑받았던 존재임을 자각한다. 오랜 시간을 걸려 과거에 붙잡혔던 반희는 그렇게 명과 함께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로맨스라기 보다는 반희의 성장 소설에 가까우리라. 그 성장에 별 하나.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사랑을 한다. 그들이 전면적으로 나오는 모습을 일본 만화에서만 볼 법한 것이라 기담집이나 만화 같은 느낌도 든다. 아 애초에 기담이라는 제목이 붙었구나. 이 넓은 우주, 지구만이 사람이 사는 행성이 아닐 수 있듯, 이 세상 인간이라는 존재만이 사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모든것에 눈을 돌리게 해준 신선한 소재에 별 둘.
 
무릇 로맨스 소설이라면 자극적이거나 파괴적으로 흐르는 격한 열정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데, 오랜만에 맛보는 잔잔함이 반가웠다. 사건과 시련이 일어도 책 전반에 깔린 정적이고 잔잔함은 변하지 않는 느낌이다. 깊은 밤, 피리 소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장면이 대표적인 이미지로 남았기 때문인가 보다. 그 감성에 별 셋.
 
마지막으로 야행유녀를 아직 보지 못했다. 그 야행유녀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에 또 별 넷.
모처럼 되새길 수 있는 이야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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