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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 - 나를 붕괴시키는 탄수화물 중독
에베 코지 지음, 박중환 외 옮김 / 세이버스 / 2024년 5월
평점 :
저는 왠만한 저탄고지 관련 베스트셀러를 거의 다 읽어보았고, 특히 일본의 당질 제한 식사나 각종 건강법을 설명하는 서적을 두루 읽어보았기에,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저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탄수화물과 헤어지는 게 맞구나’ 하는 확신을 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는 반은 맞았고, 탄수화물에 대한 미련과 식탐을 왜 버려야 하는지, 고지방 식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역사적 근거를 조목조목 알기 쉽게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특히 1장, [건강, 진화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그간 알지 못했던 숨겨진 사실을 재미있게 알려줍니다. (의외의 인문학적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전통 식단이라 여겼던 밥과 반찬 위주의 고탄수 식사가 인류의 오랜 식문화와는 오히려 맞지 않다는 것을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저자의 이력이나 연령도 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을 굳히는 데 큰 도움을 주는데, 일본 다카오 병원 이사장인 70대의 에베 코지 박사님은 스스로 저지방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실천했지만 결국 당뇨병에 걸렸던 자신의 개인적 병력을 각 장의 논리적 설명 사이에 잘 배치하여 저탄수 식단에 대한 믿음을 더해줍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저탄수 식단을 하도록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데, 이 책은 나이 든 분들의 건강 유지, 노년 질병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에게 저탄수가 왜 중요한지 설명드릴 수 있는 책으로도 적합합니다. 저자가 고강도의 운동과 식이제한 없이도 노년기의 핵심 요소인 근력을 유지하고, 만성질환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사례는 부모님께 저탄수 식단을 2주만 도전해보자고 설득하기 좋은 예시인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탄수 식단 입문서로서 필요한 내용을 충실히 쌓으면서도, 육류와 지방 위주로 식단을 완전히 바꾸는 소위 ‘카니보어’ 식단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할 만큼 심화적인 내용도 잘 담고 있습니다.
일반 번역서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편집자의 코멘트가 각 장 사이마다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를 읽는 재미가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장 즈음의 편집자의 말에서는 원 제목인 ‘주식을 그만두면 건강해진다.(主食をやめると健康になる)’를 왜 ‘탄헤결’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해 인기 있는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심도 전해집니다.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잘못된 건강 상식을 벗어나겠다는 큰 용기를 내어, 건강해지는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담겨 있어 건강서적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심도 보였습니다.
이미 저탄고지에 내공이 쌓인 분들은 ‘카니보어’로 향하기 위한 심화서로,
아예 초보이신 분들은 고지방 식사는 못하더라도 저탄수라도 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좋은 책이니 구매를 권합니다. 저도 ‘탄헤결’ 덕분에 몇 년간 한켠에 버려두었던 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을 다시 꺼내 실행 중이며, 흔들릴 때마다 목차를 다시 훑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1일 1식을 해도 빠지지 않던 1키로가 3일 만에 내려가는 것을 보며 역시 탄수화물이 나쁜 친구였음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당 중독이 심해 무너질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저탄수에 도전하여 건강을 찾기를 바랍니다.
-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지만 좋은 책을 만나 기분 좋은 저탄고지인의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