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결핍이나 고행을 미덕으로 찬탄하는 종교가 아니다. 붓다가 수징하는 것은 집착을 여의는 것이다. 자칫 검소함 이상의 청빈은 결벽증 같은 또 다른 집착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불교의 이미지와 사뭇 다른 것이다. 『공덕분별론分別論』 권5에 수록된 천수보리의 이야기는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천수보리는 매우 지체 높은 귀족이었다가 출가한 제자였는데, 누더기를 입자 수치심 때문에 수행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이를 헤아린 붓다가 천수보리만은 비단 옷을 입도록 허락한다. 나중에 천수보리는 누더기에 대한 집착을 여의고 결국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자 붓다는
"어떤 이는 좋은 옷을 띠리서 깨달음을 얻고, 어떤 이는 누더기를 입어 깨딜음을 얻는다. 깨어 있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옷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라는 가르침을 주신다. 실제로 이로 인하여 천수보리는 ‘좋은 옷을 입는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천수보리 일화는 붓다가 지향하는 것이 궁핍이 아니라 적절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즉 많이 갖고 적게 갖는 것이 핵심이아니라, 집착 없는 마음의 자유로움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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