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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서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평점 :

여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의 피를 나쁜피라고.... 다른사람도 아닌 친부에게 부정당하며 하루하루 절망감에 사는 남자 말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사는 남자.그래서 삶을 애타게 갈망하면서도 죽음이후에 대한 망설임으로 누구도 왕래하지 않는 남자 말이다. 그는 정안 이라고 한다. 그는 고궁박물관의 유물보존실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없어져도 오래도록 남아있을 무기물들을 위해 하루 또 하루 살아간다.
근처 경복궁에는 또다른 여자가 산다. 매일매일을 자살자와 사고를 접하며 이미 많은 삶을 소진한 여자..그 여자 상아는 피폐해진 삶 속에 애처로움을 넘어 공허한 육신을 이끌며 그저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묘령의 수백년전의 여자 미라가 나타나게 된다.
묘하게도 자신의 옷뿐 아니라 남자의 옷을 두루두루 입고 악수를 한 여자. 여기에서의 악수는 너무나도 생소하지만 죽은자의 손시림을 방지하기 위한 장갑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 많은 남자옷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야기 중에서 두 남녀는 서로 세번의 만남을 갖게 된다. 첫 만남은 미라에게 손을 내미는 상아와 그녀의 녹슨 마음을 본 정안의 만남...두번째 만남은 다시 전시회를 찾은 상아와의 조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아와의 뜻밖에의 일탈....
비록 세번의 만남이지만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욕심을 더하자면 그들의 만남은 적어도 5번 이상은 되었으리라...
이야기 속의 3번의 만남 이외에 여자미라와 정안이 마주하는 첫장면에서 정안은 미라에서 평소와는 다른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그 미라는 오래전의 자신(정안)이 아니었을까?
유명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지금 얼굴은 당신이 전생에 많이도 사랑했었던 사람의 얼굴이다"고... 그리고 이번 생에서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 것은 아닐지... 그리하여 그녀의 차가운 악수에 상아는 따뜻한 악수를 건넨것은 아닐지....
그 미라가 여러겹 입혀졌던 그 남자옷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한 물리적 포근함은 이후 두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교류에서도 마치 처음이 아닌듯한 그런 포근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다른 한번의 만남은 나만의 바램이다..그것은 이야기 이후의 만남이다...작가님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애매하지만 맺음말은 없다. 문체상으로는 부정적 늬앙스로 읽힐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마지막 문장은 상아와 정안의 강한 운명을 암시하는 단언적 문장은 아니었을까? 그 들은 반드시 만날 것이다. 반드시 만나야 한다. 아니 만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미 둘은 하나이기 때문이다.마치 미라의 몸을 감싸안은 옷이 겹쳐 있듯이 말이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보아도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곳곳에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매일 사라져가는 도시속의 사람들 그리고 자살한 모녀 이야기나 화재 사건등은 우리의 현실과 안타까움을 자아 내기에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삶의 행복한 순간은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어 갈 것이고 그 속에서 봄날 처럼 따뜻한 날을 잠깐 이나마 느껴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마지막 장의 몸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좋아하는 봄이 아닐까? 세월의 고통에 먼지가 쌓여 가려지고 흐려졌지만 조심스레 먼지를 걷어내고 잘 보존처리 한다면 봄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아니 그렇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모두들 삶의 순간순간 에서 봄을, 위안을 찾으시길... 당신에게 악수를 건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