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는 연습 - 내가 아닌 것,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긋는 바운더리 심리학
테리 콜 지음, 민지현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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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바운더리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만다린이나 러시아어, 그 밖의 다른 언어를 단지 열심히 소망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사실은 거절하고 싶은데 '좋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의 필요나 욕구를 자신의 필요나 욕구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는가?

●삶의 전반에 걸쳐 좀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결정이나 감정, 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하는가?
●도움 청하는 걸 싫어해서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가?



이 질문들에 기분 안좋게도 거의 끄덕거리고 있는 나..... ㅜㅜ
과도한 역할 수행과 과도한 내주기로 기력을 소진시키고 있다는 ...
건강한 바운더리를 갖지 못했다는 진단!!

건강한 바운더리는 충만하고, 권한이 부여되며, 자기주도적인 삶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바운더리는 기술이기에 배우고 연습하면 된다 하니 힘을 내어 읽어본다. 그렇지만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이었다. 내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랄까... 바운더리가 내게 너무나 어려운 기술이기에 그런 거 같다. 기술을 잘 알아야 내가 잘 사용할 수 있고 또 엄마를 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건강한 바운더리를 배울 수 있다. 꼭 이수해야 할 필수 과목이다. 찬찬히 조금씪 읽으면서 배우고 연습해서 대인관계 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서도 자유로워 지기를 소망한다.


'싫어. 안돼.'는 내가 제일 안하는 표현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편한 가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거절당할 것이 두렵거나 혹은 나를 안좋은 사람 취급할까봐 난 내 바운더리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자주 내주었다.

"어린 시절에 건강한 바운더리를 구축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선호하는 것들을 규명하거나, 우선시 하거나,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55페이지)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질문 유형이 무엇이냐 하면...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장단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음식 메뉴를 무엇으로 고르실래요?" 등등 나는 나를 잘 알아야 하는 질문들에 얼른 답을 못한다.

이것도 바운더리의 문제라고 ... ?

어린 아기때부터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르쳐줘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구나.


바운더리의 다섯 가지 영역은 신체적 바운더리, 성적 바운더리, 물질적 바운더리, 정신적 바운더리, 정서적 바운더리이고, 세 가지 유형은 엄격한 바운더리(바운더리의 유연성이 전혀 없는 경우), 느슨한 바운더리, 건강한 바운더리이다.

그냥 대인관계에서 선을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내 삶의 영역 모든 곳에 걸쳐서 바운더리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정서적 바운더리는 당신이 자신의 속마음을 너무 서둘러 남과 나누지 않도록 지켜주고, 매사를 자기와 연관 지어 해석하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나 부정적 감정에 대해 괜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준다." (61페이지)

건강한 바운더리를 배웠더라면 얼마나 많은 속앓이를 줄일 수 있었을까 싶다. 매번 나의 속마음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갈등 속에 말해놓고는 괜히 말했다고 후회한 적이 많았고, 어떤 부정적인 일이 있을 때마다 분명히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인줄 알면서도 그 사건이 나의 연장선에 걸쳐져 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바운더리를 침해당하는 경험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향후에 바운더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봐야 한다."
(65페이지)

책에 '줄스'라는 작가의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의 칫솔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건의 소유권이라는 작은 바운더리 개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줄스 가족의 문제는 좀 더 심각한 유기와 학대라는 역기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기를 함부로 보는 것은 물론 샤워할때조차 문을 잠그지 못했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폭력(신체적 바운더리 침해)을 휘둘렀고, 형제들은 줄스의 물건을 함부로 손을 댔다.(물질적 바운더리 침해) 오빠들은 줄스를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놀렸다.(정서적 바운더리 침해) 이렇게 성장한 줄스는 성인이 되어서도 당연히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지지 못했기에 연애를 통해서도 계속적으로 바운더리 침해를 당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고도 내게도 희망이 생기는 이야기는 줄스가 <<줄스를 대하는 법 (How to Treat Jules)>>라는 자기 안내서를 출판했다는 것이다. ㅎㅎ

"과기능 상호의존자란 특정 주변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에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며, 과도한 기능을 행사하거나 지나치게 베풀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일이 아닌데도 결과를 통제하고자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자신의 필요나 욕구는 옆으로 제쳐둘 수 밖에 없다."
79페이지

"완벽주의 성향을 두둔하는 합리화는 '주어진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내가 행복하고, 가치 있고, 사랑 받는 사람이 된다'는 고지식하고 위압적인 신념에 이끌려 살아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간과하고 있다. " (93페이지)

나는 과기능 상호의존자인가?
나는 완벽주의자인가?

역기능 가정 속에서 성인아이로 자란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역할을 수행하며 내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자라게 되고 그것이 건강한 바운더리를 배우는 것을 방해받는 것이다.


책에 지하창고라는 용어가 나온다.

내면의 지하창고로 내려가 먼지가 가득 쌓인 상자를 열어보라고 한다. 그것이 현재에 연결된 지점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부록으로 뒷부분에 있는 심화학습이 있는데 그곳에서 챕터별로 더 깊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고 바운더리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이 있다.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내 어린시절의 청사진들을 맞춰가보면 좋을 것 같다.
책도 두껍고 쉽게 읽을 만한 내용도 아니다. 단번에 읽어서도 안될 것 같다. 조금씩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보며 생각하며 읽어야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지 궁금하다.

줄스처럼 내 사용서 혹은 안내서를 작성할 만큼 내 자신을 아는 내가 되어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건강히 서서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건강한 바운더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통해 아이에게도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그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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