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산책하듯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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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산책하듯...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는 산책을 정기적으로 즐기지는 않지만,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할 것들이 있을 때는 문득 산책을 한다. 학교에서 뭔가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 않으면 운동장을 뱅글뱅글 돈다... 그러면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하고, 적어도 복잡했던 마음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매 순간 산책하듯... 사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보다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리거나 걷는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 그냥 앞만 보고... 열심히 뭔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산책의 다른 말은 여유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도 보고, 생각도 하고... 그동안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맡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경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을 그렇게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해보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혀있다.

문득 두려운 것이 있다면, 혹시라도 이 이야기들이 조언이나 위로처럼 비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의책, 242쪽

이 책은 누군가에게 하는 조언이나 위로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조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구성에서 많은 여유를 느꼈다. 그림과 짧은 글귀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 너무 길지 않은 호흡에... 읽기 어렵지 않은 내용들...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이... 그리고 페이지 자체에서 오는 여유로움도... 어쩌면 요즘 내 상황이 더 이런 부분에서 위로를 받지 않았나 싶다. 글자가 엄청 빽빽하게 써있는 것들을 보면서 여유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은 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겁지 않게, 내가 여유있는 시간에 여유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작가는 자신을 산책주의자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산책을 나가면서 들고 나가 앉기 좋은 벤치에 앉아 읽기에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기적은 환상적이고 신비한 일이 아니라, 그저 무탈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아닐까 싶다.

위의책 71쪽

그냥 이 문구가 되게 와닿았다. 현실의 기적은 그저 무탈하게 흘러가는 일상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더욱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것이... 현실의 기적인 시대... 마스크 안 쓰고 살고 싶은데... ㅠㅠ

바다는 늘 소란스럽게 고요하다.

위의책 117쪽

이 구절은... 수업 준비를 하다가 와닿았다. 바다는 늘 소란스럽게 고요하다... 수업 준비로 역설법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좋은 예문을 찾아서 체크!! 체크!! 순수하게 책을 읽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해버렸다...

이러나 저러나 불안하고 두려운 건 똑같으니, 일단 조금은 설레는 방향으로 걸어봐야지.

위의책 148쪽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내가 더 해보고 싶은 건데... 요즘은 안정적이고, 편한 것만 찾게 된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다 핑계일뿐... 어쩌면 마음이 늙은 건 아닌가 싶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마음이 설레는 방향으로 도전하는 삶을 살자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저, ... 나의 시간을 기록하는 '페이지 번호'이니까.

위의책 150쪽

나이는 그저 나의 시간을 기록하는 페이지 번호라는 말이 참 좋다. 나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편은 아니지만, 점점 나이가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그런데 나이가 그저 페이지 번호일 뿐이라니...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책의 몇 페이지에 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니...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남은 페이지들을 채워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무리하게 기대하고, 늘 탓하기만 했던, 나에게 단 하나뿐인 나 자신에게, 누구보다도 잘하고 싶다.

위의책 178-179쪽

나는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많다... 그런 나에게 잘해주고 싶다... 는 작가의 표현은 참 좋았다. 나도 나에게 잘해주고 싶다.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말고, 나 자신에게 잘해주자~~


사실 요즘 책 읽기가 좀 시들해졌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바쁘기도 하지만, 여유있는 시간에도 책보다는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영상들을 보기 바쁘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담감이 조금은 줄었다. 책 자체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그리고 앞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조금은 충전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책은 그림이 많아서 좋았다. ㅋㅋㅋ

여유 있을 때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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