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 아사카와 다쿠미의 삶과 사랑
백조종 지음 / 부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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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조선인을 짓밟고 억압하던 시대에 나의 아버지는 정 많고 사랑 많은 일본인을 만나셨다. 건축 일을 하시는 야마시씨는 아버지를 제자로 받아주셨고, 숙식까지 같이하는 가족으로 지내셨다니 대단한 인연인가보다. 하시는 일은 주로 학교 건물과 군부대 관사 짓는 일이라고 하셨다. 야마시씨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이 커서일까 아버지께서는 늘 야마시씨처럼 정직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사랑을 베풀라 하셨다. 아버지는 지금도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다. 건축이란 직업을 주신 야마시씨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는 변함없이 야마시씨를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내신다. 아버지는 일본인을 사랑하고 다쿠미는 조선인을 사랑하고….두 분의 사랑 앞에 반일 감정이라는 단어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다쿠미는 산림과 임업시험장의 직원으로 조선에 첫 발을 내딛었다.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종자 채취를 하며 조선의 생활을 알아갔고 조선에서 생활하려면 조선의 생활방식, 조선의 문화, 조선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업시험장 고용원 이청림에게 조선어를 배우고 조선의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조선인 모습으로 생활하는 다쿠미를 일본총독부의 관리나 헌병들은 일본인답지 못하다며 괴롭혔다. 그러나 다쿠미는 괴롭힘에도 아무렇지 않게 견디었다. 조선인을 사랑하고 조선인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 사람 아사카와 다쿠미.

  다쿠미는 최초로 “노천매장법”을 발견하였다. “노천매장법”으로 조선의 민둥산을 푸른 숲을 조성하는데 공헌하였다. 종자 채취를 하며 조선의 생활 속에서 민예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도자기 파편을 주워 형 노리다카에게 전한다.

  다쿠미는 민예와 목공예품을 사랑했고 형 노리다카는 도자기를 사랑했다. 아사카와 다쿠미,  노리다카 형제처럼 조선의 도자기와 공예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었을까? 다쿠미가 가마터․도자기의 명칭과 사용 용도 등 기록으로 남겼기에 우리 도자기나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지 않은가? 지위와 학력, 권세, 부귀에도 의지하지 않고 사람됨만으로 끝까지 당당하게 살아간 사람, 다쿠미. 그 분의 짧은 삶은 아픔이 많았다. 다쿠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더 많은 일이 이루어졌을 텐데…. 아사카와 다쿠미씨 묘소를 일본인 방문단과 함께 참배 한 적이 있다. 망우리 묘소는 한강이 보이고 산은 푸르고 참 아늑해 보였다. 마음에 국경이 없는 사람, 많은 사람이 찾아주는 곳, 다쿠미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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