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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인재와 천재가 기각 막히게 결합되었을 때, 그리고 그런 최악의 상황을 전혀 가정도 대비도 하지 않았을 때, 상황이 얼마나 참혹하게 흘러가는지를 살 떨리게, 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뉴욕, 상하수도관을 비록해 발전기, 중앙난방, 심지어는 문을 열고 닫는 것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커다란 도시에 심각한 사이버 테러가 터지고 설상가상으로 이전에도 없없던 엄청난 폭설까지 닥쳐 도시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다.
이러한 사태를 대면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던 사람들은 점차 패닉에 빠지고 똑같은 소리만 해대는 정부의 말은 더 이상 사람들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난방을 유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도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2살배기 아들과 임신 중인 아내를 지켜야 하는 제임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지옥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느냐 이 지옥을 탈출할 것이냐...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결정을.
뉴욕은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생활하는 메가시티다. 그렇게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만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조작하기보단 자동으로 조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자. 간단한 예시로 뉴욕 같은 거대 도시 전역에 얽히고 섥혀 있는 상하수도 망을 일일이 사람이 수동 조작을 하려 든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오류가 발생하겠는가?
도시 구성의 자동화는 결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면을 파고들어 책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나아가야 할 자동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 참혹한 형태의 소설을 빌어서 말이다.
모든 전산체계가 마비된 와중에 하늘에서는 기록적인 폭설마저 쏟아진다. 도시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교통망의 제설조차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한파와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읽는 내내 현대사회의 자동화, 전산화가 과연 완벽하고 절대적인 안전과 편리함을 약속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작중에서 작가는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의 주장을 피력한다. "수천개의 헛점을 막아야 하는 보안회사와 한개의 헛점만 잡아도 되는 해커, 어떤 쪽이 더 유리해 보이죠?"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사이버 세계의 보안을 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는 디스토피아적인 작중 분위기와 맞물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안전한 것일까?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인구밀도와 그 어느 나라보다 우월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작중과 같은 사이버 테러가 일어난다면 얼마나 큰 혼란이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모든 것을 자동화에만 맡겨 놓은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이 무용지물 되었을 때를 가정한 소설 <사이버 스톰>은 현대사회의 편리함만을 인식하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일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