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해준 <채식주의자> 연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 <나무불꽃> 중에서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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