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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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성에 담긴 질서와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2020년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문에 2019년 말부터 종종 베토벤 탄생 250년을 축하하고 알리는 강연이나, 앞으로 기획된 공연들에 관한 소식을 많이접했더랬다.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베토벤에 관한 책이 유독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본 책은,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이다.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본인을 베토벤 스토커라고 표현할 정도로 베토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예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글은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음악가 이야기를 본인의 연주경험을 녹여내며 쉽게 풀어낸다. 단순히 음악가의 업적, 생애, 작품만을 논하는 베토벤 저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긴 세월을 직접 피아노 앞에서 베토벤과 호흡하며, 그의 작품을 표현해왔기에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은 더더욱 진실되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은 단지 자신의 모든 경험을 위대한 소리의 과학을 통해 악보에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니 베토벤을 신격화해 거리감을 두고 그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32p

특히 <틀에 얽메이지 않은 베토벤의 예술성> 챕터에서는, 베토벤의 발레 작품인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통해 작품에 대한 베토벤의 태도를 살펴본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긴장감을 주는 딸림 화음으로 작품을 시작하며,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베토벤의 모습은 그의 신념과 자신감, 독자적인 기질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일화이다. 그리고 이어, <음악가가 나아가야 할 길> 은 이러한 베토벤의 모습에 빗대어 오늘날의 음악가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콩쿠르에 입상하거나 입시를 위해 자신의 개성이 아닌 틀에 박힌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민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정말 말마따나, 지금 우리가 고전 음악가라고 부르는 그들이 말 그대로 '고전' 일 수 있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과 개성을 음악에 녹여내고 그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일 테다.

"연주할 때 당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십시오. 당신이 창조한 이상을 당신의 마음 안에서 느껴보십시오. " 책에서 언급된 쇼팽의 말인데, 정말 그렇다. 애초에 가장 좋은 연주법과 표현법이라는 정답이 존재한다면 음악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주자가 기존에 주어진 악보나 레파토리를 끊임없는 창조와 영감 그리고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표현했을 때 비로소 그 작품은 살아 숨쉬게 된다. 덧붙여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받아들일때 열정과 진정성, '음악이 우리 영혼을 관통'하도록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연주자로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

같은 곡을 여러곡 치거나, 특정한 목적 없이 손가락 연습을 한답시고 피아노를 타성에 젖어 쳤던 기억들이 떠올라 반성한다.

클래식이나 베토벤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베토벤의 작품이 설명되는 곳에는 QR코드도 있어서 쉽게 직접 들으면서 음악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다.


템포를 중시한 베토벤은 자신의 메트로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새것을 주문해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작곡을 이어갈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당시 베토벤이 사용했던 메트로놈은 현대의 메트로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곡이 때때로 그의 의도와 달리 너무 심하게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133p)

작곡가의 의도를 탐구하기보다 시험에 붙기 위해 연주하고, 작곡가의 인생과 레퍼토리를 파헤치기보다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현대인의 취향을 염려하며 연주하다 보면 오히려 연주를 망치기 쉽다.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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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로운 퇴사생활 - 15년차 직장인의 열두 번째 회사를 위한 이력서
민호기 지음 / Storehouse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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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퇴사란 말이 가볍게 쓰여지는 요즘이다. 오늘 회식이 끝나고 후배와 지하철을 타러 걸어오면서 나눴던 순간들에도 '퇴사'란 단어가 몇 번은 나왔다. (물론 나도, 후배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회사를 떠나는 것도 모자라 탈조선을 해야 하는 요즘이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걸 찾아 떠나는 밀레니얼 세대다. 그래서 이 책도 마냥 그런 책인 줄 알았다. 아무튼, 퇴사 뭐 이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민호기씨의 퇴사생활은 말 그대로 호기好機를 위한 퇴사였다.

2.저자인 민호기는 15년차 직장인이며, 열 한번 퇴사를 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15년차 직장인의 열두 번째 회사를 위한 이력서'이기도 하다. 정말 대단한 경력이 아닐 수 없다. 맨 처음에는 이 책에서 표현하는 '너'들의 시선처럼 그렇게 자주 회사를 옮기는 이유도 궁금하고, 끈기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경력 5년 차인 나도 (어쩌다보니 나도 이렇게 나이가 먹었다. 아직 주니어다 주니어. 나는야 아기 표범) 그렇게 보는데, 하물며 '너'들은 어떤 시선으로 볼까.

그러나 민호기의 모든 퇴사는 -그 누가 이유가 없을까 하다만은-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결국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책 내용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들어보면 그랬다.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늘 조직을 향해 있었다. 민호기씨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이야기들도 그랬고. 물론 혹자는 그저 저건 조직에 순응하지 못하는 프로 불편러 아니야? 라고 볼 수도 있겠지.

조직(혹은 회사?, 둘은 엄연히 다르니까) 생활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건 모두의 마음이지. 하지만 그런 사람을 얻으려면 '너'님들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 세대가 늘 그렇듯 그들은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바뀌어가는 시대를 보지 못한다. 더 나은 무엇을 향한 추구와 달라지는 문화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그저 조직에 대한 비난과 불평불만으로 치부한다. 그런 결과로 조직이 점점 썩어간다. 어쩜 좋을까요. 물론 그들도 그들의 입장과, 그들의 생각이 있겠지. 그래서 경영이 더더욱 어려운 거겠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부분들을 알려고조차 안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3. 그렇다면 나는 어떤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호기에, 호기로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 저자가 겪었던 어떤 한 회사에서의 면접에서 매우 공손한 톤앤매너로, 퇴사가 '정말 이것 때문이다' 라고 하실 만한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리더십' 을 이유로 들었다. 팀장답지 않은 팀장, 혼자만 뛰어난 실장, 철학이나 능력이 부재한 대표.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와 리더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그런 점에서 정말 난 축복받았다.

어제 한 동생을 만나서 (심지어 그 동생은 내가 워너비라고 하였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엘리트의 세상이 아닌 범인들의 세계에서는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드물다. 하물며 그 실력이 있는 사람,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상사로 만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난 그런 상사를 두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 심지어 난 팀장님과 진행된 개인 면담에서도 결국 작년에는 대놓고 '제가 팀장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라는 이런 낯부끄러운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는 에피소드들. 그냥 그랬다고.

또한 다른 곳에서 저자는, 회사에 좋은 리더와 인재들이 있다면 그들과 굳이 떨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본인은 정체됨으로써 뿌리 깊이 성장하는 거목이 아니라, 거목을 굽이굽이 휘감아 오르는 작은 나무라고 표현한다. (225p)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흡, 난 팀장님을 휘감아 오르는 작은 나무이다. 담쟁이 덩굴이 될거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멋진 팀장이 되고 싶다. 능력있는, 멋진 팀장.

4. 여러가지로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586세대 직후 70대에 출생한 90년대 학번 세대 및 밀레니얼 사이에 낀 저자의 고민도 재미있었고. 가볍지만 뼈가 있으며, 주니어에게도, 어느정도 회삿밥을 먹은 시니어들에게도 깨달음과 성찰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단 말이죠. 그 와중에 PR 마케팅-현업에 대한 열정까지 가득한 저자가 멋있어보였다.

내가 대표라면 저자랑 일하고 싶을 텐데. 제가 마음으로나마 열두번째 회사 대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뭐라구요..?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따위 안들어 오실거라구요? 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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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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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위화인가요 일단 별점 다섯개 주고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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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인생 - 한국에서 마약하는 사람들
강철원 외 지음 / 북콤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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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는 마약 사범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감옥 내에서 약을을 끊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다. 그러나 출소를 하자마자 바로 다시 유혹에 빠져 마약에 손을 대게 되고, 다시 교도소로 수감되게 된다. 그 때 당시 드라마를 보면서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해롱이가 얼마나 감옥 내에서 노력을 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저렇게까지 끝내야 하나, 나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시청자가 그러한 해롱이의 재수감을 '반전' 으로 여기고 감독을 탓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면서 계속 생각난 해롱이의 모습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실제로 그렇다.

2.

대마초, 히로인, 물뽕, 프로포폴, 졸피뎀.. 언론을 통해 익숙해진 마약류의 이름이다. YG는 각종 마약 사건에 연루되며 약국이란 별명을 얻었고, 클럽에서 일어나는 물뽕 사건으로 인해 큰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하였지만 흡수된 후 용해되어 사라져 증거를 찾기 어려운 터라 혐의를 밝히는 것도, 그 뿌리를 뽑는 것도 흐지부지 된 상태이다. 동시에 프로포폴은 어떤가, 각종 연예인들의 수면 마취 사건으로 인해 몇년 전부터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마약은 소위 연예계 이슈로만 인식을 하고 일반인 마약 사범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사실 생각 자체를 할 일이 드물었다. 뭐 일반인이 마약한다는게 큰 이슈가 되나, 해외에서 마약을 불법으로 들여오다가 검거됐다고 하면 그게 끝이지 마약사범 한명 두 명이 뭐 대단하다고 언론에 노출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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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인생》 은 한국일보의 기자 4명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서, '한국에서 마약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약류에 대해서 언론은 검거시에만 대서특필할 뿐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곳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 마약류 범죄 실태 뿐 아니라 투약자 100명과의 심층 인터뷰, 교도소 재소자 300명과의 설문조사, 뿐만 아니라 중독자 재활센터에서 보름간 함께 합숙을 하며 느낀 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글의 서두에서 난 마약이 '그들만의 리그' 에서 벌어지는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마약은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깊숙이 퍼진 이웃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 국가' 라는 타이틀을 아직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구 10만명 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 (유엔 기준) 이라는 통상의 국제 기준을 따른다고 하지만, 2018년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만 2613명이니 인구 10만명당 24명인 꼴이다. 즉, 통계를 감안하면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전국 마약류 중독자 상담 실적을 보자. 2013년에는 1,356건을 것을 시작으로, 2016년을 기점으로 상담 건수가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8년, 3.5배가 넘는 수치인 5,894 건으로 뛰어 올랐고 이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사들이 말하길, "처방약 중독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대마초, 필로폰 등 전통적인 마약 위주로 들어오던 것이 기존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수면제, 살빼는 약, 신경안정제 등 처방약 의존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는거다. 특히 마취제 의존이 늘었는데, 이는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 의존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고 하고, 미국은 이미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출처: "기분 좋아져" 커피에 타준 게 필로폰"... 마약 상담 6년 새 4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28862&ref=A)


책은 총 6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뇌와 실제 마약류에 관한 이론적 진단을 제공한다. 마약류는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괴한다.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도록 할 뿐 아니라 도파민이 생성되는 체계 자체를 무너뜨린 다는 것이다. 굉광히 무서웠던 점은, 일차적으로 쾌락을 경험하게 된 중독자의 경우는 그 첫 쾌감을 잊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쾌감을 다시 찾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중독자에게 약물을 투약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상을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나며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약이 없는 감옥 안에서는 '말'로 마약을 한다는 것, 그렇기에 더더욱 마약에서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또한 마약 사범을 잡는 함정수사 기법은 '기회 제공형'과 '범의 유발형' 두가지로 구분된다. 어차피 약을 할 의사가 있는 자에게 수사기관이 죄를 짓게 해서 잡는 기회 제공형은 수사의 합법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마약을 하거나, 판매할 생각이 없는데 그들을 유혹해 잡는 범의 유발형은 위법이다. 경찰은 검거된 투약자에게 미끼가 되어달라는 도움을 요청해 더 많은 중독자들을 잡아낸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원래 약을 지니고 있는 투약자만 검거"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반박도 만만찮다고 한다. 범의 유발형 수사는 위법이지만, 이런식으로 꼬리 물기 수사를 통해서 죄를 지을 생각이 없던 사람들을 자극해 잡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또한 대법원이 만든 '양형 기준'에 따르면 '중요한 수사 협조'는 감경 사유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형 기준은 마약 투약자와 마약 판매자의 관계 가운데서 어그러져 도리어 마약범죄를 부추기게 만든다.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판매책의 형량을 감형하기 때문에, 실제로 마약 사범들이 교도소에 모이면 '판매책이나 단순 투약자나 처벌에 큰 차이가 없으니 마약을 팔아서 돈이라도 벌자' 는 얘기가 나온다는 거다.

마약 중독자는 곧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하 마약류 사범들은, 다시 중독을 이기지 못해 판매자 혹은 투약자의 길로 돌아서게 되는 경우가 70%에 육박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인 스스로 마약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태는 어떨까. 마약류 사범이 한 해 1만 4000명 이상, 그중 70%가 초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누적된 사람의 수는 더 많다는 뜻이다. 마약범죄는 암수범죄임을 고려해서 20배 정도로 계산한다. 그러나 1년에 치료를 받는 이는 고작 5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치료 보호를 받는 사람은 100명에 불과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약류 사범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마약은 검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치료가 중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사회적 시선 및 시스템 자체가 구축되어있지 않다. 한번 마약류에 발을 들인 사람은 쉽게 중독을 끊기가 더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6부에서는 재활 공동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마약류 사범들을 위한 재활 공동체의 존재 여부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부디 이 책에 출연한 모든 분들은 그들의 다짐대로 꼭 마약 중독의 굴레에서 진심으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들 자신과, 그들의 가족과 이 사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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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하기 연습 - 100번을 거절당하니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지아 장 지음, 임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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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jection Theraphy Day 3 - Ask for Olympic Symbol Doughnuts

거절당하기 프로젝트 3일차 - 올림픽 로고 모양의 도넛 주문하기

위 영상은 거절에 대한 본인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아 장이 실시한 프로젝트의 영상이다. 말 그대로 크리스피 크림에 방문해서, 메뉴에 없는 '올림픽 로고' 모양의 도넛을 만드는 것을 요구한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본사에서 내려오는 메뉴얼이 있기 때문에 그 메뉴얼에 포함되지 않는 메뉴는 당연히 운영 방침상 만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지아 장 역시 '거절당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이러한 제안을 했지만 아주 놀랍게도 점원은 그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한 후 실제로 올림픽 로고 모양의 도넛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놀라운 영상은 레딧, 그리고 유투브를 통하여서 전세계로 널리 퍼져나가며 지아 장은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거절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다. 지아 장은 자신이 존경하는 삼촌으로부터 본인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질책을 받게 되었고, 매우 실망한 채 그의 꿈을 접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삼촌에게 거절받은 그 아이디어는, 2년 후 로저 애덤스가 같은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세운 '힐리스 - 바퀴 달린 신발' 아이디어였다. 기업공개 후 힐리스의 가치는 1억 달러로 치솟았지만, 지아 장의 청사진은 서랍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23p)

책의 맨 말미에, 지아 장은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본인이 겪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하여, 삼촌으로부터의 '거절'을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그는 바퀴 달린 운동화 아이디어의 경우, 본인이 그 거절에 대해 '최악의 선택' 을 했다고 말한다. 그 이후로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그는 거절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태어나서 처음 맞닥뜨린 진짜 거절은 저자를 가두기 시작했다. 지레짐작하여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상대방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거절할 수 없도록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거절의 낌새를 느끼면 더 비난 받기 전에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아 장은 이대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본인의 꿈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투자자(상대방) 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본인이 그렇게 두려워 한 거절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아 장은 거절 받는 용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습득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절 당하기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위 영상은 바로 그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의 3일차 영상이다.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동안 지아 장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설레임으로 바꿔간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룬다.

《거절당하기 연습》은 후천적인 노력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다. 얼마나 친절한가, 지아 장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모든 사람이 다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뜬금포로 경비원에게 가서 100달러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모든 사람이 저 위의 영상처럼 던킨이나 크리스피에 가서 올림픽 로고를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가게는 엉망이 될 것이다. 하물며 모르는 사람들의 정원에 가서 꽃을 심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말이다. 아니 물론,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프로젝트를 위한 모든 사람들의 비용을 절약하는 거지.

거절에 대한 고통은 단지 심리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되면, 뇌는 고통을 줄이도록 안정을 찾도록 오피오이드라는 진통 물질을 내보내는데, 미시간대학교 의대 연구팀에서 실시한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가짜 거절을 당했을 때의 참가자들의 뇌활동 양상을 관찰했는데, 놀랍게도 뇌는 거절당한 즉시 육체적 상처를 입었을 때처럼 오피오이드를 내보닌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하여서 내가 받았던 거절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받은 거절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지레 겁을 먹어 도전조차 두려워하게 만들었다.그러나 이 책을 통해 위로 받은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가장 크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거자만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절은 사람에 대한 거절이 아닌, 의견에 대한 거절이다" 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절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요구에 대한 맥락이나, 심리적 요인들에 크게 영향받는 점이라는 것. 내가 거절을 당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거절을 당하는 것이 아니고, 내 의견을 받아줄 새로운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고 내가 받은 거절을 피드백으로 활용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도출시킬수도 있다는 거다.

(광복절을 맞이 하여 다시 본) '밀정' 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린 실패해도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실패가 쌓여, 그 아픔을 딛고서 앞으로 전진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거절도 같은 맥락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든다.

《거절당하기 연습》 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거절의 진짜 모습들을 다시 돌아보며, 우리가 받았던 거절들을 다시 돌아본다면 분명 그 아픔을 치유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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