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틀에 얽메이지 않은 베토벤의 예술성> 챕터에서는, 베토벤의 발레 작품인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통해 작품에 대한 베토벤의 태도를 살펴본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긴장감을 주는 딸림 화음으로 작품을 시작하며,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베토벤의 모습은 그의 신념과 자신감, 독자적인 기질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일화이다. 그리고 이어, <음악가가 나아가야 할 길> 은 이러한 베토벤의 모습에 빗대어 오늘날의 음악가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콩쿠르에 입상하거나 입시를 위해 자신의 개성이 아닌 틀에 박힌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민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정말 말마따나, 지금 우리가 고전 음악가라고 부르는 그들이 말 그대로 '고전' 일 수 있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과 개성을 음악에 녹여내고 그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일 테다.
"연주할 때 당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십시오. 당신이 창조한 이상을 당신의 마음 안에서 느껴보십시오. " 책에서 언급된 쇼팽의 말인데, 정말 그렇다. 애초에 가장 좋은 연주법과 표현법이라는 정답이 존재한다면 음악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주자가 기존에 주어진 악보나 레파토리를 끊임없는 창조와 영감 그리고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표현했을 때 비로소 그 작품은 살아 숨쉬게 된다. 덧붙여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받아들일때 열정과 진정성, '음악이 우리 영혼을 관통'하도록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연주자로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
같은 곡을 여러곡 치거나, 특정한 목적 없이 손가락 연습을 한답시고 피아노를 타성에 젖어 쳤던 기억들이 떠올라 반성한다.
클래식이나 베토벤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베토벤의 작품이 설명되는 곳에는 QR코드도 있어서 쉽게 직접 들으면서 음악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