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 현대지성 클래식 26
헨리 조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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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영국 사회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쳐 '조지주의 운동' 이 일어나기도 하였던 헨리 조지의 문제적 역작, 바로 《진보와 빈곤》이다.

나는 경제학 교과서를 쓰려는 게 아니고,

단지 어떤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지배하는 법칙을 찾아내려고 한다

헨리 조지 - 진보와 빈곤

헨리 조지는 이 책에서 '토지공개념'을 최초로 내세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토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토지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여 사회 복지의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 그리고 이러한 토지세로 거둬들인 금액은 저체 재정 지출을 충당하고도 남음이 있어 다른 세금은 모두 철폐하자라는 주장까지. (오픈백과 참조) 또한 경제의 3요소인

총 10장 + 결론으로 이루어진 《진보와 빈곤》을 살펴보자면, 딱딱하기 그지 없는 제목에 반해 헨리 조지는 참으로 친절하다. 《야바위 게임》의 마이클 슈월비 처럼, 그는 매우 유연하고 친절하게 본인의 주장을 차근차근 펼쳐나간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한평생을 연구했던 그의 글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서민들을 위해서 쓴 글이라 학자 특유의 거만함이 느껴지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또한 경제라는 전체적인 흐름 아래서 사회학, 인문학적인 이야기들을 함께 바라보고 있어 그의 주장이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부와 권력의 불평등이 초래할 문명의 파괴를 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헨리 조지의 이와 같은 사상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쉽게 적용되기 힘든 사례다. 그렇기에 헨리 조지는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등 기존의 고전경제학의 대가들과는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재야의 경제학자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근데 재미난 것은 최근 정부의 헌법개정안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이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헌법개정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폐기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이념 싸움으로 변질 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서의 사안이었다. (하지만 헨리 조지의 사상을 꺼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로 몰리는 이 나라가 씁쓸한 건 사실이다)

사회가 물질적 진보를 가져오는 여러 조건들 속으로 발전해감에 따라 그 사회에는 가난과 그 부작용이 등장한다. 우리로서는 인정하기가 불쾌한 사실이지만, 19세기의 특징인 엄청난 생산력 증가 - 이 생산력은 놀라운 비율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 는 가난을 근절하거나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부사와 나사로 (가난한 자)의 빈부차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더욱 힘든 것으로 만들고 있다. (28p)

무서운 점은, 그 때 당시에 헨리 조지가 문제점으로 여기고 예측했던 부분들이 한결같이 지금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 소득 불평등에서부터 오는 빈부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대안으로서의 헨리 조지가 아니라, 더 나은 고민을 위함으로서의 헨리 조지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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