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는 지역만 달라도, 다니는 학교만 달라도 우리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다름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성별'이다.

가만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시절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서로 놀리거나 여자애들한테 짓궂은 장난을 하고, 결국 무언가 사고를 쳐 선생님께 혼나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쟤넨 대체 왜 저러지?"하고 생각한 적이 종종 있다. 비슷한 경험이 쌓이며 어느 순간 남자의 정신연령이 여자의 것보다 낮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그들을 의심하기 보다는 미워하고 있다. 그들의 '성질'이라 불리는 것들 중 부정적인 것만 모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나에게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남자의 뇌》는 나에게 참 반가운 책이었다. 차이를 짚고 이해를 행해 나아갈 수 있는 일종의 징검다리 같이 느껴졌다.

'본질적인 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생물학만으로는 모든 사실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 문장 중 하나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그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무수히 많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른 성을 이해하려면 나아가 어떤 호르몬이 그들의 의식 기저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그 이해를 바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바라보지만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는 뇌과학으로 남자에 대한 오해들을 정정한 페이지였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여자들은 울컥하면 눈물이 쉽게 차오르는 편이고, 내 주변 남자들은 그렇지 않아서 나는 많은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감성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교육의 결과라고 밝혀진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물론 개인적 차이는 항상 존재하기에 더 감성적인 여자나 남자는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고려하지 않고 보다 일반화시켜 이해하려 했던 나 스스로가 조금은 바보처럼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이해를 위한 책이다. 혐오의 정서가 만연한 요즘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오해를 사실로 여기곤 한다. 특히 스스로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이들에 대해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남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혹은 자신이 오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남성들이 읽었으면 한다. 반대로 동저자의 《여성의 뇌》를 그 반대에 속하는 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보다 소통이 활발해진 요즘 서로를 혐오하며 보내는 시간은 너무 아깝다. 우리가 보다 활발하게 소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한 발짝 나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한 발짝을 위한 좋은 길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