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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 - 스테디셀러 《넛지》 후속작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읽힌 ‘넛지’의 공동저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책으로, 책의 표지에 ‘넛지의 후속작’이라는 서술이 붙어있는 책이다. 넛지를 재밌게 읽은 독자들로서는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집지 않을 수 없으며 나 역시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룩 어게인’, 즉 ‘다시 보라’는 대상은 나의 일상, 익숙한 것들이다. 익숙한 것들을 다시 바라볼 때 내 인생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습관화/ 탈습관화’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습관화/ 탈습관화’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우리 모두가 이미 다 알고 경험한 개념이긴 하다. 우리의 뇌는 우리의 경험에 대해 처음에는 놀라워하고 경의로워하지만, 그 경험이 반복되면 점차 익숙해지고 반응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염원했던 대단한 성취와 놀라운 경험이라고 해도 말이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미친 듯이 행복해하며 기뻐하겠지만,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의 행복과 기쁨은 점차 무뎌지게 되고, 곧 나의 부유함에 익숙해지며 더 이상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예시이고,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생 시절 그토록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준비하고 떠난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에서도 나는 습관화/ 탈습관화를 경험했었다. 처음 1주일이 지나니, 그토록 아름다워보였던 유럽의 성당, 고성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감흥도 점차 없어지고, 그냥 김치 볶음밥이 먹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여행하고 집에 돌아오니, 지겨웠던 한식이나 집밥이 너무 맛있고, 경비를 아끼기 위해 좁은 호스텔 방을 전전하다보니 우리 집이 마치 궁궐처럼 넓게 느껴져서 재미있기도 했다. 우리 집 화장실이 넓다고는 단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왜 이렇게 화장실이 넓은 것 같지? 하면서... 당연하게도, 집도 금방 다시 익숙해졌지만. 나는 유럽 여행에서 유럽의 문화에 금방 습관화가 된 동시에 너무 습관화 되어있던 집의 소중함에 대해 일시적으로나마 탈습관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끔 너무 일상이 지겹고 어떤 만족감도 없을 때에는 내게 익숙했던 공간에서, 관계에서 훌쩍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때때로 의식적인 탈습관화의 방법이 너무 지겹고 익숙했던 내 일상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더욱 반짝이고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기억에 남은 대목은, 학습은 쉽게 습관화되지 않는다는 대목이었다. 게임을 할 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게임에서 가장 큰 돈을 벌었을 때가 아니라, 게임에 대해 배울 때였다고 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접하고 배우는 것은 내 인생을 계속해서 도전과 신선함으로 반짝일 수 있도록 한다. 평생 무언가를 배우는 삶을 살고 싶은 나로서는 이런 연구가 실제로 있고 내가 생각했던 결론과 유사했다는 것에 대해 반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꼈던 것들에서 벗어나 내가 나와 내 삶을 다르게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큰 희망감에 쌓이게 된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고, 현재의 일상에 더 만족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