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에게 호감을 품었던 것 같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이었다.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않았고, 자신의 오류나 결점을 인정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이라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나에대해서는 늘 친절했고, 이런저런 도움도 주었다. 그가 그렇게 해 주지 않았더라면 나의 기숙사 생활은 아주 복잡하고불쾌했을 것이다. - P70
나는 차가운 맥주를 홀짝이며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만드는 미도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능숙하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한 번에 네 가지쯤 되는 요리를 만들었다. 이쪽에서 조림 간을 보는가 싶더니 도마 위에서 뭔가를탁탁 다지고,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 접시에 담고 다 쓴 냄비를 슥삭 씻어 버렸다. 뒤에서 지켜보자니 그 모습이 마치인도의 타악기 주자를 연상시켰다. 저쪽 종을 치는가 싶다가 어느새 이쪽의 돌판을 두드리고, 다시 물소의 뼈를 치는식이다. 하나하나 동작이 민첩하고 간결하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딱 잡혔다. - P139
"너, 표현이 정말 참신해."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마음이 푸근해지네." 나는 옷으며 말했다.
"더 멋진 말해 봐."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 미도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뭔데, 봄날의 곰이?"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정말로 멋져"
"그 정도로 네가 좋아." - P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