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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 ㅣ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4
강호진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철수와영희 / 2014년 5월
평점 :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글쎄요...
뭐 친정부모님께서 교회를 다니시면서 제가 태어났다고 하면 모태신앙인거구요..
어려서 기독교 성결교회를 꾸준히 다녔고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을 나왔어요...라고 하면 아마 전 기독교겠죠..
그런데 아직 뭐가 부족해서인지 종교가 딱히 제 생활에 들어오진 못하구요..
오히려 역사와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요새는 교회보다는 사찰을 더 많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작년 휴직해서는 친정엄마, 쭈니와 함께 쌍계사 템플스테이도 하고..
오히려 쭈니는 불교가 자신의 종교라고 하면서
석가탄신일에 절에 가는 걸 좋아하고 부처님께 절하고 기도하는 걸 좋아하지요..
근데 이 녀석이 요새는 학교에서 불교를 믿는 친구들이 많지 않고
자기가 불교라고 했을 때 조금 기분이 좋지 않은 반응들을 만났나봐요..
요새는 그닥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종교를 떠나서 저나 쭈니에게 사찰이라는 것은 편하고 친숙한 존재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기독교의 성경과 달리 불교의 경전은 주위에서 접하기도 쉽지 않고
특히 사찰벽화라는 것은 생소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무슨 뜻인지 어떤 내용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책
<10대와 통하는 사찰벽화이야기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은
이러한 제게 뭔가 편한 설명서가 될 거란 기대와 달리
한편의 철학서, 요새 많이들 읽는 힐링을 위한 지침서와 같은 느낌이네요...
이 책은 각 장마다 벽화와 벽화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 속에 담긴 불교적 의미와 현상들을 조명하는 해석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이 벽화에 담긴 이야기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불교와 관련해서 제가 모르던 이야기를 어려서 성경학교에서 듣던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 불교의 교리를 접할 수 있어서에요..
그리고 해석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10대에게 벽화와 벽화 이야기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오히려 제게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중에서 2장에 나오는 불교의 다양성 <부처님이 해골에 절한 이유>를 보면
불교가 자리를 잡기 위해 유교의 효사상을 받아들인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하네요..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이 세상에 생명 있는 것 가운데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고 제 부모가 아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존재가 어디 있겠느냐는 부처님 말씀에 제가 아난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또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리 말씀하십니다.
뼈 무더기 가운데 남자의 뼈와 여자의 뼈를 나눌 수 있겠느냐? ..... 뼈만 보고도 남자와 여자를 알 수 있느니라. 남자는 살아 있을 때 아이를 키우는 고생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아 뼈가 희고 무겁다. 그러나 여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피를 흘리고 젖을 물리는 통에 뼈의 진기가 다 빠져나가 남자의 뼈보다 검고 가볍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낳아주신 어머니들의 고통이자 노고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저희 친정 엄마 생각과 또 아이를 키우는 제 마음이 들킨 것 같아 마음이 먹먹 했어요..
요새 티비를 켜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통에
뉴스를 보기가 참 겁이 나지요..
너도나도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 살맛 안 난다는 사람은 많아도
살맛난다는 사람은 참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책장을 넘기다 또 마음에 확 와 닿는 글귀가 있어
사진으로 찍어 두었어요..

요새 제가 이러고 삽니다.
지나간 일에 후회도 많이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괜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지금 제가 해야할 일을 자꾸만 미루고 회피하고...
이 글귀를 보니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제가 이제 불혹을 내다보는 나이다보니 더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도 싱숭생숭~
하지만 모든 답은 정말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답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만에 전공서적이나 이론서가 아닌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잡았습니다.
제목은 십대를 위한~이었지만
마흔을 앞둔 아줌마에게도 참 소중한 책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