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열쇠, 11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3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일은 누구에게나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이다. 들뜨고 흥분되고...그것은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샘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가 숨겨놓았을 선물을 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꼽은 장소-다락방에 올라갈 때만 해도 파이프를 타고 밤고양이를 피해 소리를 죽일 때까지도 행복한 상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다락방에는 할아버지의 선물이 아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일지도 모를 상자와 신문기사가 있었다. 글자가 지렁이가 지나가거나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 난독증이 심한 샘이지만 학교 도움교실에서 배운 실력으로 떠듬떠듬 읽어낸 글자는 샘 벨 이라는 낯선 이름과 사라지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 엄마, 아빠가 안 계시지만 남 부럽지 않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고 있는 샘에게 이 안락하고 따뜻한 곳이 자기의 자리가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샘의 마음이 전달되면서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가족-할아버지나 애니마 아줌마, 온지 할아버지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만졌다가 터질 지도 모르는 행복에 대한 불안감과 또 진실을 알고자 하는 샘의 마음이 작가의 생생한 표현을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롤라인. 전학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아이를 샘은 자신의 비밀을 열기 위한 하나의 열쇠로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운명일까? 샘의 비밀을 듣고도 캐롤라인은 지극히 냉정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것은 아버지의 직업-화가로 인한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몸에 베인 자기 방어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샘과 함께 다락방으로 올라가 문제의 신문을 찾고 그 과정에서 샘의 난독증을 알지만 겉으로 너무나 차분해보이던 캐롤라인이 시간이 흐를 수록 샘에게 마음을 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며 더군다나 이 마을에서의 마지막날을 샘의 과거를 찾기 위해 쓴다. 샘 또한 캐롤라인과 함께 중세 성만들기 숙제를 하면서 또 자신의 비밀을 밝히는 둘만의 또다른 과제를 하면서 알게 된 캐롤라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둘은 서로를 치유해주고 또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이 책이 끝까지 따뜻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그리고 자꾸만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이 두 어린이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다. 목수인 샘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절친 온지 할아버지와 애니마 아줌마. 샘에게 나무를 만지는 재능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어주는 할아버지는 샘에게 세상의 중심이다. 이런 할아버지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샘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먹먹했는데 모든 것이 할아버지가 외손자인 샘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환호를 지를 뻔 했다. 그리고 온지 할아버지... 엄마가 없는 샘에게 집이 되어주고 밥을 주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 온지 아주머니는 글자를 모르는 샘에게 온갖 책을 읽어주면서 세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샘은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세상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것은 샘이 세상에 보다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시작을 주는 것이다.

이 책 처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숫자 11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무, 전봇대 ...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가 느끼는 숫자 11인 할아버지가 샘에게 내 벌린 두 팔, 샘이 캐롤라인에게 내민 두 팔, 그리고 캐롤라인이 세상을 향해 내민 두 팔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뻗기만 하면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두 팔로 우리는 이 세상을 지금처럼 따뜻하게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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