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구만 리 저승길 가다 높은 학년 동화 19
이성숙 지음, 한지선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열세살 달이의 엄마가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자, 마지막까지 이를 부정한 달이는 저승으로 가서 엄마에게 꼭 물어봐야만 했다.

달이와 같은 나이때 난 아버지를 여의였다.  그때의 나도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릴 수 가 없었다.  아버지를 산속에 묻는 그 순간까지도.
내 삶의 이유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난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았다.
그 허무함을 접을 이유가 없던 나는 학창시절을 마냥 흘려보냈고, 스무살 되던 어느 날 대로 한 가운데서 누군가 나의 머리를 커다란 망치로 딱!하고 쳤던 그 때 그 느낌.  그 느낌은 나를 인생의 허무함속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인생이 스무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앞으로도 계속 살게 되는 것이구나.
그리고 그동안 낭비한 시간들을 보상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던것 같다.

그러나 책 속의 달이는 나보다 훨씬 용기있고, 지혜로운 아이다.
자신의 슬픔과 감정을 정리해야만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에, 구만리 저승길도 마다하지 않고 죽은 엄마를 찾아 나선다.

달이가 저승길로 가는 도중에 만났던, 가슴에 구멍이 뚫려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는 슬픈 피리소리를 들으며 켜켜이 쌓였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달이.
달이는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처음엔 엄마에게 외면당한 자기가 불쌍해 울었고, 그러다가 아빠에게 버림받은 엄마가 불쌍해지고, 엄마의 죽음으로 말문을 닫은 별이가 불쌍해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정리가 필요하다.  달이는 저승길로 가면서 이 감정의 실마리를 풀었기때문에 다른 감정을 가슴에 담을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싶다.  이 책을 읽게되는 수많은 우리 아이들의 감정을 잘 정리 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그리고 그 시간이 나처럼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서 나는 행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