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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규니
l 2017-04-18 20:26
https://blog.aladin.co.kr/756914164/9288151
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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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中 '신형철'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강박증적이었기 때문이다. 강박증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나는 죽어 있는가, 살아 있는가?"이다. 강박증자는 그 자신의 충동과 향유의 대상에 직면하면 스스로가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향유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향유와 타자(세이렌)의 향유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과한 강박적 의례를 충실히 이행한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을 시켜 자신을 갑판 위에 있는 나무 기둥에 묶게 한다) 그래서 그녀들의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있었고 그로써 세이렌의 향유와 직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으며 그 자신의 향유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세이렌들이 제공했다고 유혹했던 '앎'까지도 포기했다. 그 '앎'이란 물론 그 자신에 관한 앎일 것이다. 주체는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왜 연애가 잘 안되는 걸까? 나는 왜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사랑과 연애 그 비슷한 무언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제대로 된(일정 기간 이상의) 연애 한 번을 못했다. 남들 공부할 때 연애하다가 남들 연애하고 결혼할 때 혼자 놀고 있는 청개구리가 된 셈이다.
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의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저 문단 전체가 내 머리를 힘껏 내리치는 것 같았다. '강박증'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내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이다. 내 하루는 일정한 틀로 구성되어 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음으로 하루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인연도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기가 힘들다.
종종 '재미' 있어 보이는 것에 끌려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도전할 때가 있다. '살사, 연극치료, 심리학 모임, 연극...' 분명 관심이 있어 다가갔지만 어느 순간 멈춰 서 그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들이 먼저 다가오려 하면 한 걸음 물러나 항상 그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마치 주행 차량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뭄에 비가 내리듯 가끔 이성과의 교류가 있을 때에도 애써 모른체하거나,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고 행여 방어선이 무너졌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재정비하여 다시 그들을 밀어내고 내 삶을 찾았다. 마치 고지를 탈환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지킨 덕분에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얻었지만 사랑과 연애의 감정을 잃었다.
나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러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쩌면 나는 정말 중요하고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한 걸음을 내딛고 나면 지금까지의 내가 없어져 버릴까 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젝에 의하면 "우리가 가져본 적 없는, 애초부터 잃어버린 것인 대상을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아직 충분히 소유하고 있는 것을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다루는 것이다.
」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했으면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도 이미 끝을 아는 듯 시작도 하기 전에 단념해 버리는 것. 자신의 드라마에 끝을 맺어버리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그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그는, 또다시, 무진을 향하여, 잃어버린 향유를 찾아서, '증상으로서의 여행'을 혹은 강박증적인 오디세우스 여행을 떠날 것이다. 물론 이 여행은 그가 그 자신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지 않는 한에서, 하인숙이 그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한에서만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여성을 여행하(지 않)는 여행이다.
」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내 여행에 더 이상의 여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적어도 지금의 내 틀을 버리지 않는 한 다른 누군가를 진정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기존의 나를 버리는 것이 슬픈 것인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음이 슬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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