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지음, 문지영 옮김 / 새물결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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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탄생>에서 암시되고 있는 것은, 즉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사회 각 영역의 세분화와 정교화로 특징지어진다는 것이다. 아리에스에 따르면 중세엔 사회적으로 아이를 관리하는 제도화된 체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어른과 분리된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관념도 흐릿했다. (단, 후자의 학설은 아리에스 이후의 학자들에게 반박되었다.) 아리에스가 인용한 중세 문헌 속의 아이들은 단지 그룹의 막내이자 신참같은 느낌으로 어른들과 함께 사냥을 다니고 음담패설을 나누며 축제를 즐긴다. 그들을 관리하는 교육시설 역시 체계화 되어있지 않았다. 13세기 부터 이미 대학과 콜레주와 소학교들이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긴 했으나 오래도록 그것들은 일상의 일부이기보다 차라리 공부할 뜻이 있는 아이들의 특수한 공간이었다. (이 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먼 곳에 있는 학교와 선생에게 배우기 위해 집을 떠나 반쯤 거지에 가까운 방랑 생활을 했다.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의 연령도 7~8세부터 20세 이상까지 들쭉 날쭉했다.) 대신 중세의 여러세기동안 아이들은 궁정이나 장인 밑에서 견습생활을 했으며 이러한 생활의 본질은 어른들 옆에서 그저 함께 살면서 보고 배움으로서, 누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언젠가 그러한 어른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데에 있었다.
사회면에서도 중세의 ‘분화되지 못함’은 여실히 드러나는데, 아리에스에 따르면 근대 사회가 ‘가족’ 및 ‘계급’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각각의 사회 구성단위 사이에는(다시 말해 가족과 다른가족, 귀족과 하층민) 감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던 것과 달리 중세 사회는 사회의 기본 단위가 (그의 언급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아랍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군중’이었으며 이 군중적 사회성 앞에서 가족이나 부부의 사생활 영역등은 거의 무시되었다.
책 전반에 걸쳐 아리에스는 아동기라는 관념의 형성 및 사회적 기본 단위의 분화등의 현상을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발전’으로 제시하고있다. 그런데 나는, 중세를 고대와 근대사이에 끼인 암흑시대로 바라보는 가치판단이 아닌 형태로, 이러한 ‘발전’된 모습은 실은 고대에 이미 나타났던 모습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중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엄격한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가부장이 자녀들의 생사여탈권 까지 쥐고있던 로마의 모습이다. 아동기에 대한 관념과 이에 따라 붙는 아동 및 청년에 대한 사회의 제도적인 관리는 스파르타에서 이미 존재했었는데, 스파르타인들은 소년및 소녀들로 하여금 나체상태로 합숙 시설에서 군사 교육 및 학문 교육을 받도록 했으며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결혼 생활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도록 했다. (아동 및 청년들에 대한 이러한 제도적 관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구축을 위한 윤리적인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18세기의 교육개혁과 일맥상통한다)
어쨌건 전반적으로 각 챕터의 결론파트를 통해 드러나는 역사가의 주장과 자료를 통한 본문의 논증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책이며 아리에스의 다소 중구난방처럼 보일수도 있는 서술을 좀 헤메는 번역이 더욱 난해하게 만든 감이 없잖아 있지만 생활사의 자료들을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가 대단히 명료하고 흥미롭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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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atan 2021-02-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현대 사회에서는 교육 기관의 형태로 아이들과 어른들의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고 심지어 청소년기와 아동기 유소년기 등 더 세분하게 구분되어지는 반면 이 책에서는 중세의 아이들과 어른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 흥미롭군요.
또 사회의 기본 단위가 ‘군중’이었다는 점 또한 재미있습니다. 명예살인과 같은 일도 군중적 사회성으로 인한 폐해라 할 수 있겠네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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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스토리, 매혹적인 설정. 하루키의 중 후기 장편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80년대 감성의 수작. 빨리 2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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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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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빨에 훅 빨려들어가는 책이었다. 100년전 소설가의 썰풀이에 홀려서 정신줄 놓고 읽게 됐다. 조시마 장로가 민중을 위로하는 부분과 전설의 대 심문관 파트에서 거의 무릎을 꿇을뻔 했다. 2권 3권을 빨리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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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역사
두샨 바타고비치 지음, 정근재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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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딱딱한 학술서의 느낌이긴 하나 세르비아의 역사를 정말 빈틈없이 속속들이 다루고 있다. 발칸 문제의 모든 원인은 결국 대 세르비아 주의, 다시말해 세르비아 인들의 존심문제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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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kura 2021-01-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시사의 위력을 나날이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자주 소통합시다 ㅎ

필립_아리에스 2021-01-27 16:53   좋아요 0 | URL
누구신지?

필립_아리에스 2021-01-27 16:53   좋아요 0 | URL
스팸인듯 하여 차단합니다

monokura 2021-01-27 17:07   좋아요 0 | URL
런천미트입니다 차단 풀어주세요

Charlatan 2021-01-2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르비아의 역사라니.... 도대체 어디까지 섭렵하려는거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