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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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이나 ‘1984’는 학교 문턱을 잠깐이라도 드나든 사람들에겐 운수 좋은 날만큼 익숙한 소설이다. 실제로 읽었는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두 소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소설이 알려진 것에 비해 작가 조지 오웰은 두 소설의 저자라는 사실 외에 바로 떠오르는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동했다. 장미와 조지 오웰이라는 조합도, 글을 쓴 작가가 리베카 솔닛이라는 점 모두 읽기 전까진 대체 어떤 글을 읽게 될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조지 오웰이 누구인지 설명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소설 동물 농장‘1984’의 저자. 그 외 다른 어떤 수식이 필요할까. 다른 말을 덧붙이지도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하고 유명세가 당연시되어도 좋은 걸작을 집필한 작가에게 걸 맞는 명료한 소개라고 생각했다. ‘오웰의 장미를 읽기 전까진.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리베카 솔닛은 전체주의의 위험성과 당대의 정치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를 주제로 하면서 우리를 그의 펜촉이 아닌 정원으로, 그가 심었던 장미 앞으로 이끈다.

 

두 번의 세계 대전과 그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와도 같은 러시아혁명과 아일랜드독립전쟁, 스페인내전까지 조지 오웰의 삶은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그가 목도한 세상은 참혹한 곳이었고, 폐해를 딛고 선 그의 글은 사회적 문제들을 정 조준한 날카로운 칼과도 같았지만 동시에 그의 손에는 언제나 장미가 들려 있었다. 오웰은, 조금의 비약을 보탠다면 선행과 악행을 얼마나 했던지 간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행위가 앞선 선악의 행위보다 세상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평만큼 자연애호가였다.

 

디스토피아적인 두 대표작은 그를 낙관하는 법이 없는 비관주의자로 보이게도 하지만 솔닛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장미 정원을 시작으로 솔닛이 찾아 떠난 오웰은 곱게 피어난 꽃봉오리에 기쁨을 느끼고 무용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줄 알던 사람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단순한 작가 전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웰의 장미가 훌륭한 점은 단순히 오웰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찾아내서가 아니다. ‘장미라는 소재를 통해 오웰의 글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인종차별, 국력에 따른 불평등하고 열악한 노동환경, 환경문제까지 다방면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모든 챕터들이 갸웃거리게 할 만큼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해 천연덕스럽게 오웰로 돌아간다. 기초 지식이 부족해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유려한 전개로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끝까지 읽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더 깊이 이해하고자 다시 책을 펼치게 만드는 책이다.

 

전쟁터와 탄생과 진창길을, 또는 냄새를-오웰은 그의 책들에 묘사된 악취로 유명해지게 된다-묘사할 수는 있지만, 그래 봤자 그것은 진짜 피도, 진흙도, 삶은 양배추도 아닌, 백지 위의 검은 글자들일 뿐이다. 정원은 글쓰기의 육체 없는 불확실성과는 정반대인 것을 제공한다. - P68

뜻깊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옛 친구를 다시 방문하는 것과도 같다. 다시 만날 때면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게 되고, 자신이 그렇게 달라졌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다시 만나보면, 어떤 책들은 더 자라고 어떤 책들은 시들어버린다. 묻는 질문이 달라지기 때문에 돌아오는 대답도 달라지는 것이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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