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 문단은 검열 때문에 온전히 책에 실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너줄의 문장들을 그녀는 기억했다. 번역자의 살찐 턱과 허름한감색 점퍼, 핏기 없이 노릇노릇하던 낯빛을 기억했다. 물잔을 만지작거리던 길고 거무스름한 손톱들을 기억했다. 그러나 정확한 이목구비만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95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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