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는 옥희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네가 있다고. 마치 집이라도 되는 양, 넌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살 수도 있을거라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줍음의 물결이 그를 뒤덮어 정호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침 햇살이 옥희의 속눈썹 끝에서 반짝였다.
간밤에 빗어 땋아둔 머리에서 아무렇게나 빠져나온 잔머리들이 옥희의 얼굴 주위를 구름처럼 곱슬곱슬하게 덮었다. 옥희는 지금까지살아온 열한 해의 삶보다 훨씬 더 위대한 무엇인가를 약속하는 밝은빛에 둘러싸여 있었고, 정호는 다가올 그 미래 속 옥희의 모습까지도 미리 넘겨다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212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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