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는 먹을 곱게 갈아 내어 먹물을 만들지만 자신은 잘 닳지 않는돌이었다. 단단한 몸으로 먹의 살을 조금씩 발라내는 강한 돌덩어리였다. 얼마나 먹을 갈았으면 저 야문 돌에 구멍이 날까? 더군다나 단연 벼루를! 허련은 경이로운 눈으로 추사 선생을 보았다.
추사 선생이 이번에도 무심한 듯 말했다.
"한 열 개쯤 구멍을 내 봐야 겨우 보이는 게 있지." 42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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