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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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을 참 좋아한다.

고즈넉하게 낭독하기를 즐겨 한다.

눈으로 글자를 읽고 입으로 말하며 귀로 내 목소리를 들으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에 위로의 시간이라도 갖는듯하다.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로 듣는 책, 특히 산문집의 매력은 내가 저가가 된 듯 깊은 상상력으로 책 속에 듬뿍 빠지게 만든다.

 

 

 

 

이 책은 소설가 김인숙의 산문집이다.

중국의 소도시 사오싱에 대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나즈막하게 이야기로 속삭여 준다.

중국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다.

결혼 전, 출장과 여행을 병행하며 다니던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

사오싱은 지나가보기만 했고, 머물러 본적 없지만,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오싱(소흥)의 이야기가 나의 그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소환해주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한 사오싱의 모습을 낭독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만나보았다.

 

 

 

만 개의 다리

사랑과 죽음의 다리

루쉰에게 가는 다리

아큐의 다리

검은 연못의 다리

슬픔의 다리

흔들리지 않는 자들의 다리

 

 

 

물과 다리의 도시인 만큼 많은 다리의 이야기를 오래된 역사 흔적으로 만나며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한다. 또 거리로 나가 골목골목을 하염없이 하루 종일 보통 사람들의 거리를 걷기도 하고 배고프면 먹고, 다리 아프면 물가에서 쉬고, 빙수도 사 먹고, 커피도 마시며..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 줄도 모르고 여러 길 중의 어느 한 길을 골라 그저 걸어보며 만나는 다리를 건너고 또 쉬고, 또 다른 다리를 만나고.. 하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 일생을 살아가는 정처 없는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보이는 곳마다 초록의 물길이고 적당히 가난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붐벼 다니는 거리 속에서 물, 다리, 잔치국수, 장터국수 등의 먹거리와 풍경의 묘사들이 맑고 따듯함의 편안함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가본 적은 없는 사오싱일지언정, 이 책과의 낭독으로 눈으로 읽을 때와의 다른 감정과 상상력을 안겨주었다. 중국을 다니던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고 어슴푸레한 게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의 일과 여행을 즐기던 그때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역시 산문집은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다.

그곳의 그리움..과 편안함과 즐거움의 시간들을 따뜻한 떨림으로 추억하며 11월의 어느 날 밤을 또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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