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하늘
권화빈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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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부터 문예 창작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너무 생소하지만,..
너무 좋은 인문학 강의라 참 흥미롭다.
하지만, 시를 쓰기엔....

 

시를 읽고 감명받거나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없기에. .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싫어하기에..
더욱 시를 볼 생각조차 않았다.

 


올해 또한 문예 창작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이 시집을.... 접해 보았다.
너무나 생소하지만,
네다섯 번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었다.

 


「 오후 세 시의 하늘 」

 

 

 

 


나의 숨어있는 감성을
조금은 일깨워준 이 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단풍 보다가"

오후 세 시의 하늘. 권화빈

 

 


"뜨거움" "따뜻함"

 

따뜻함의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손이나 몸에 상당한 자극을 느낄 정도로 높은 온도의 뜨거움!
순간의 열정이 아니라,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하지만,
은은하게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처럼
은은하게 스며드는 향기처럼

 

야단스럽지 아니하고 꾸준함을
깊고 깊숙한 아늑함과 고요함을
마치 달빛이 비치는 마당의 그윽함을 연상케하며

 

한 잎 한 잎 단풍물들듯
천천히 스며듦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복하여 읽으면 읽을수록
은은하고 은근함에 마음 깊이 스며드는 따뜻함을
나는 느끼고 말았다.

 

 

 

 

"주객전도"

오후 세 시의 하늘. 권화빈

 


일,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과 육아
현명한 아내
지혜로운 엄마
이상과 목적을 향한 우리의 바쁜 삶 속에서

 

살. 다. 보.니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급한 것과 급하지 않은 것
무거움과 가벼움
빠름과 느림의

일상 속에서

아무런 방법이나 계획도 없이
동여매이고 결박당하고 묶인 우리의 삶

 

아아, 속수무책이다

 

많은 책들과 함께 하는 나이지만,
쯧쯧대며 몇 글자 끄적거릴 뿐
끌려다니는 현실 속의
나의 모습이기에 잠시나마 울컥!

"속수무책" 이 말이 이렇게 슬플 줄이야.....
束手無策 [속수무책]

 

 

 

 

' 오후 세 시에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

 

 

 


나에게는 세 남자가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오전은
이른 아침상 차려 남자 1 출근시키고..


잠 못 깨는 남자 2
달래서 아침 먹이고 후다닥 등원시키고


느긋하게 일어나는 남자 3
실컷 먹어야 등원하기에 기다려주고 등원

 

그제야
쏜살같은 집안일 후
오전 운동.. 모임 잠깐 참석하고
출근!

 

그 누가 전투 육아라 했던가,. . 공감 200%

 

시끄럽고 어수선한 세 남자와의 왁자지껄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이 모든 것을
나의 오후 세시에는
S T O P
잠시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실현 가능한 행복
이것이야말로 나의 소확행이다.

 

오후 세 시,
오전과 오후의 애매함
하루의 중간

.... 이라는 생각보다는

 

지나간 오전의 나의 생활을 반추에 반추를 거듭하며 되새김질하는...
다가올 오후의 시간을 위해 충전하고 정리하며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기대로 부푼

 

" 나만의 오후 세 시 "

 

나에게 오후 세 시가 있기에..
행복한 세 시가 있기에..

 

오늘도 나는
더욱더 열심히 달리고 달린다.

 

 

 

 

 

 

 

시를 알아가야 했기에
의무적으로 보게 된 시집이지만,
나에게 참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이 시집...

 

시에 대한 나의 문외한을
조금은 일깨워 주었기에 한동안 계속 되뇌고 싶은 시집이다.


바쁘고 반복된 일상에서의 소확행을 찾고 싶다면
이 시집을 통해
정말 소소한 일상 속의 소확행을 찾게 된다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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