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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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작가의 데뷔작이자 자전적 소설인 우주를 삼킨 소년의 주인공인 엘리의 삶은 평범하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인 엘리의 가족은 전직 마약중독자였던 엄마 프렌시스, 엄마를 마약중독자로 만든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벗어나게 해준 새아빠 라일,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 글자를 쓰는 형 오거스트, 과거 탈옥범인 엘리 형제의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 그리고 책 읽고 술 마시는 일이 전부인 친아빠 로버트로 구성된 가족입니다.



오거스트와 엘리를 돌봐주는 슬림 할아버지는 범죄자라서 형제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엘리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답을 항상 해주었어요. 그런 슬림 할아버지를 보면서 역시 경험과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 느꼈습니다.



엘리가 마약 중개상을 하는 새아빠 라일 아저씨에게 마약을 묵혔다가 수요가 줄 때 비싸게 팔아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뒤로는 마약을 사고팔며 거대 마약조직의 두목이며 겉으로는 지역 사회에 훌륭한 기업인 척 행세하는 타이터스 브론즈와 이완 크롤이 가족의 집으로 쳐들어와서 라일 아저씨를 끌고 갑니다. 어린 엘리는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중요 마약 판매상으로 몰려 누명을 쓰고 감옥으로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엘리는 검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하고 친아빠 로버트 집으로 가게 됩니다.

엘리는 타이터스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준비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린 엘리가 처한 환경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호주의 변두리 작은 도시에 마약이 일상화되어 있고 범죄 피해를 입었음에도 오히려 두려움에 떨며 피해 사실을 숨겨야 했어요. 이러한 무법천지 같은 세상에 살면서 일찍 철이 들어버린 듯한 어린 형제들이 오히려 엄마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엘리는 신문사 보조로 일하면서 지역 공헌자 상을 받게 되는 타이터스를 인터뷰하게 되고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타이터스의 저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상을 받으러 나간 틈을 타서 저택에 잠입하여 그들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발견합니다. 그곳을 샅샅이 파헤쳤고 결국 엘리는 타이터스의 악랄한 짓을 케이틀린과 함께 보게 됩니다. 그동안 그들이 벌였던 일들이 시상식장에서 만천하에 공개되며 타이터스는 끝났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것은 엘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던 빨간 전화기이었습니다. 전화기가 울려서 받아보면 그 너머의 남자는 엘리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었거든요.

빨간 전화기 속 목소리는 엘리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오거스트가 자기라고 해서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형인 오거스트가 허공에 대고 적었던 문장은 소설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문장으로 인해 타이터스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의 마지막은 솔새

책을 읽는 동안 무한한 상상력과 관찰력을 가진 엘리 덕분에 이야기 자체도 현실과 상상이 뒤섞여 내용이 진행되어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러한 무한한 상상력과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혼돈과 사건으로부터 조금은 버틸 힘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고 혼란스러웠지만 결국엔 나름의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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