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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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배경에 으리으리한 대저택으로 향하는 다소 우울해 보이지만 당당해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확 눈에 띄였던 이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며 저자인 에밀리 기핀은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중 911테러를 목격하고 닷새 후 퇴사한 후 런던으로 이주해 꿈꿔오던 전업 작가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은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내슈빌 최고의 엘리트 윈저 사립고등학교에서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가며 벌어지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파티에서 취한 상태로 가슴이 노출되어 자는 여학생을 찍은 사진이였다.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임과 동시에 SNS에 공개된 라일라의 사진 속 모욕적인 문장은 지극히 인종차별적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을 정말로 가볍게..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저지른 10대의 모습도 가관이였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어찌보면 다소 치우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그들의 부모의 태도와 언행은 더 충격적이였다. ‘핀치나 보는 착한 아이들이라고! 좋은 가문 출신들이란 말이야!’ 라고 말하는 부모 밑에서는 그런 가치관 밖에 가질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며 누군가에게 큰 상처와 모욕이 될 수 있는 말을 가볍게 내뱉고 그저 장난이였다고 포장하며 한편으론 내가 그들보다 우월한 계층이라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보는게 참으로 불편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최고의 부유층인 가해자 핀치의

어머니이기도 한 니나와 어렵게 목수 일을 하면서 홀로 딸을 애지중지 키우며 딸의 교육을 위해 무리해서 엘리트 학교에 보낸 톰, 그의 10대 딸인 라일라 이렇게 세명의 인물이 번갈아 가면서 각자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성속에서 점점 빠르게 감정 이입이 되었고 책의 내용속에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47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였지만 술술 읽히며 가독성이 좋았다,

 

니나의 남편 커크, 성공을 이룬 후의 그는 스스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타인에 대한 무시와 아주 저급한 인성을 보여주며 아들의 행동을 덮어주기 위해 피해자 아버지 톰에게 돈으로 접근한다. 니나는 이런 남편의 접근에 분노를 표출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며 라일라의 아버지 톰과 라일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상처받은 라일라의 마음도 헤아려준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아이지만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행동에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니나가 존경스러웠다.

 

사랑으로 키운 내 아들이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 철렁이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니나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같은 부모지만 아이의 잘못에 다르게 대처하는 커크와 니나를 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삶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 해보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가속페달을 밟는데 핀치에 자라온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막 새로 태어나 내 팔에 안긴 완벽한 아기의 모습, 파르테논의 계단에 앉아 루타바가 스튜를 만들면서 잔뜩 신이 난 다섯 살 꼬마의 모습, 바닷가에서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줄리어 딸들과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열 살 아이의 모습.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일들이 점점 그리고 갑자기 변해버린 내 아들의 모습이.. 그렇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가장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448

 

나도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것을 느끼며 문득 예전의 모습이 그리질때면 사진첩에서 그때의 사진들을 찾아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지나면서 과연 무서운 미래를 상상하는 부모가 있을까.. 니나의 독백을 읽으며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그런 상상을 한번도 해 본적 없기에 가장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듯.. 그래서였다.. 니나가 완벽한아기를 안았을 때를 떠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소설 속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고 싶어지지 않아진 것은...부모라면 한번도 상상한 적 없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도, 여전히 완벽한 아기를 안았을 때 그때처럼 그 다음 미래를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 이 장면에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돈으로 나뉘는 계급, 그리고 피부색과 출신으로 경계를 그어 버리는 차별까지 이 시대의 계급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게 남아있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뿐 아니라 비단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물론 돈이 주는 생활의 여류로움이 있기에 삶이 윤택해지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과 돈만 바라보고 좇으면서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기본 성품에 대한 가치관 형성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책 내용속에서 성공과 배신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본질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의 일면들을 모두 돌아 볼 수 있었으며 니나의 행동으로 돈과 권력보다는 정의와 치유 회복 화해 용서가 아직도 우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가치들이야말로 소설의 제목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고 갈망하고 있는 것들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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