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을 믿어줘 - 따돌림 없는 교실을 향해,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1년 신학기 추천도서, 2021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파랑새 사과문고 94
우미옥 지음, 국민지 그림 / 파랑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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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참 많은 상상을 하곤 했다. 저 산 너머는 혹시 외계인이 사는건 아닌지.. 학교가는 길 바닥이 저절로 움직여 나를 학교로 데려다준다면.. 투명인간이 되어 나를 사람들이 못본다면..ㅎㅎ 이런 저런 상상만으로도 참 행복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상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현실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난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어른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아이들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아이였을 때 했던 상상들을 마구마구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꼭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으려 하지 않아. 엄마, 아빠 봤지? 둘의 마음속엔 아직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아 있지만 그걸 보려고 하지 않잖어. 돈이며, 집이며 그런 것에만 관심 있잖아.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줄 모르지.. p-97

 

<동굴을 믿어줘> 는 같은 반에 속한 여섯명의 아이들이 겪은 일들에 대한 옴니버스 단편 동화집이며 새학기가 시작되는 교실의 문패가 이야기를 연다. 차례차례 교실로 입장하는 서로 다른 6명의 아이들이 나오는 5편의 짧은 동화지만 각 이야기들은 SF의 성격이나 판타지의 성격을 꽤 많이 지니고 있어 우리에게 판타지한 세상을 보여준다.

 

물건 등을 복제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상자나 나침반이 등장하고 외계인이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또한 냄새를 사고파는 가게에 대한 에프소드나 이사를 준비하던 중 방 요정이 나와 집안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야기도 있다. 서연이와 조아 이야기인 다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책의 제목이기도 한 <동굴을 믿어줘>는 우리 현실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친구들의 따돌림과 서로 믿지 못해 생기는 친구관계에 대한 내용이라 새학년을 시작한 아이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문패가 다시 말을 이어가는데 다섯가지의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지며 이 판타지의 막이 내린다.

 

요즘 동화들은 같은 동화라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창의적이고 다양하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외로움이 커지고 특히 교유관계가 중요한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피해가 컸으며 고립의 피해는 아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이 책은 잃어버린 1이란 수식어와 함께 이제 막 새학기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서로 다른 친구들을 이해할 기회를 주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책이였으며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동화로나마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되면서 눈에 보이는 사실조차 아니라며 외면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동굴을 믿어줘>를 읽으며 신비로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내 아이도 성장하면서 상상의 동굴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짤막한 단편집이기에 초등저학년 친구들도 몰입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재미뿐 아니라 전달 메시지도 감동으로 가득 차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처음엔 거짓말이였지만 결국 동굴을 찾아낸 조아를 보면서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배우게 된다. 믿기보다는 의심부터 하라고 말하는 요즘이다. 믿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읽게 된 동굴을 믿어줘는 아이들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너무 좋은 책이였다. 아이가 언젠가 상상의 동굴을 내게 말해줬을 때 그 말을 믿어줄 수 있는 부모이고 싶으며 아이들 또한 여러 다양한 상상들을 하며 마음도 풍성해 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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