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이트 나이트 ㅣ 레베카 시리즈
오사 라르손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북유럽 추리소설의 강세 속에 '최고의 스웨덴 범죄소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여성 작가가 있다.
이미 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북유럽 범죄 소설의 여왕으로 떠오른 오사 라르손.
'화이트 나이트'는 '블랙 오로라'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레베카 시리즈의 2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첫 권인 '블랙 오로라'부터 읽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어 '화이트 나이트'부터 접하게 되었다.
주인공인 변호사 레베카는 블랙 오로라에서 정당방위로 세 명의 사람을 죽이고, 그 트라우마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는 상태이다.
키루나라는 마을에서 백야의 밤 십자가에 매달린 채 여성 목사 밀드레드 닐손이 살해되고, 레베카는 교회 재정 건전화 건으로 그곳에 방문하여 죽은 목사의 서류를 정리하며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그곳에 머물게 된다.
서류를 정리하면서 레베카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피해자의 주변인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밀드레드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여성 운동과 야생 늑대 보호, 교회 개혁 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던 밀드레드는 여자들 또는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한편, 그 직선적이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적도 많았음을 알게 되고, 경찰에 협력하며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된다.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쉽게 읽히지는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집중을 필요케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스웨덴조차도 부조리와 차별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곳이란 진정 다 거기서 거기인걸까?
그리고 선의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관심과 행동들이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큰 고통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제 3자는 스스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고통과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그 선의 자체가 그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음을....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범인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갔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더 큰 비극으로 치달아 가고,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가슴 아픈 공감에 마음이 저며 왔다
약간의 불만스러움도 없지는 않다.
레베카의 범죄 해결 관여도가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았다.
1권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시리즈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이라면 이야기의 흐름에 중심을 잡고 그 개성과 매력을 보여줘야 할텐데...화이트 나이트에서는 레베카가 큰 활약을 보이지도, 상처받은 모습 외에 그녀의 이야기는 별다르게 드러난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밀드레드 사건과 함께 '노란 다리'라는 늑대의 이야기가 병행 교차되는데, 두 이야기 간의 상관 관계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노란 다리 늑대는 밀드레드 목사와 오버랩 시키기 위한 도구인 것 같은데, 그 두 이야기에서 그다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기에 노란 다리 늑대의 이야기는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차가운 북유럽 추리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하나의 문장도 대충 쓴 게 아닌 섬세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있고,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나의 머리에 '오사 라르손'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보통 상처받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제 2권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치유되어 가는 과정이 그려지는 게 대부분인데, 이 이야기는 독특하게도 레베카를 더욱 큰 절망으로 밀어 넣는다.
조만간 블랙 오로라도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앞으로의 시리즐 어떻게 엮어 나갈 생각인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