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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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좋은 글쓰기는 진실을 말하는 것' 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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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앤 라모트는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미국에서는 '대중의 작가'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책 날개에 적혀 있는 책 소개로는, '앤 라모트의 대표작인 <쓰기의 감각>은 미국의 수많은 작가 지망생에게 필독서이자 위로와 용기를 북돋는 인생 책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들려준 모든 노하우와 함께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실체를 신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 놓는다.' 라고 한다.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쓰기의 감각>은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들춰 볼 만한 책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것도 소설을.

최근에는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소설을 쓰는 게 단순히 '이야기'를 적는 것을 넘어 '진실'을 써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그 진실이란 것은, 어떤 사건의 팩트가 아니라 내가 진실로 세상에서 관찰 했던 것을 말한다. 세상을 똑바로 관통하는 것은 힘겹다. 관통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경험과 사건이 난무하고, 그 감정을 글로 쓴다는 건 정말 마음을 후벼 파는 것과도 같다. 예전에는 00이라는 어떤 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그 소설을 쓸 때는 마음이 아파 울었다. 그 소설이 내게 가장 잘 쓴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건, 내가 그 당시 느끼던 그 아픔을 똑바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덧붙여, 내가 더 이상 어떤 소설을 쓸 때도 마음 아프지 않고 쓰고 있다는 점도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슬퍼야만 좋은 소설을 쓴다는 게 얼마나 착잡한 일인가.

때문에 나는 최근, 얼마간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의 일과를 행하고, 한 가지 일에서 그 다음 일로 일상을 계속 이어 가다가, 마침내 아홉 시가 되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당신이 어제 써둔 페이지들을 멍한 눈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네 번째 페이지에는 모든 종류의 인생 이야기들과 냄새들, 소리들, 음성들, 색깔들, 심지어 대화의 순간들까지 다 담긴 단락이 있어서, 당신은 혼자서 아주 부드럽게 그것을 음미해 본다.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은, 나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한 번씩 생각해 봤을 법한 '글쓰기에 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수 많은 소설 작법서가 있지만, <쓰기의 감각>만의 독특한 특성은 이것이 작법서를 넘어, 함께 고민하고 열렬히 써가는 지지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짧은 단편 쓰기.' 라든가, '초고를 고치는 방법' 같이, 아주 기본적인 글쓰기의 단계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등장인물', '대화', '플롯' 같이 기초적인 소설의 기둥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이 책은, 자칫 평범한 작법서 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 수록 앤 라모트는 자신의 사적인 영역까지 '글쓰기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샘이 처음으로 천식 발작을 일으켰던 날, 둘이 함께 응급실에서 보냈던 새벽에 대해서는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할 것이고, 그 때 적은 색인 카드들 역시 영구 보존할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잔뜩 겁을 먹었고, 슬퍼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앤 라모트는 점점 글을 쓰는 '일'에서 나가가, '살아 가면서'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한다. 앤 라모트가 적는 이 <쓰기의 감각>은 단순히 '쓰는 것'에 치중되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 왔고, 어떻게 삶을 헤쳐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다. 작가는 그것을 쓸 뿐이다. 이 작법서는 그 점을 처절하게 써 나간다. 아무리 글을 쓰고, 좋은 책을 내고,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아도, 결국 삶의 중심은 살아가고, 내 주변을 지켜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나는 좋아하는 말이 있다.

무엇보다, 살아 있기를 잘했다! 라는 마음이 드는 그런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안전한 땅은 아닙니다. 그러나 변함없습니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후후후의 숲> 작가의 말 / 조경란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울에 깊게 빠져들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영어도 하고, 자격증도 따며 사는데, 내가 하는 거라곤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이 그저 지나치는 사건들을 나는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때. 내가 쓰는 이야기가 사실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땐 정말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쓴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말이 있다. 내가 내 삶을 똑바로 잡지 못하면,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 또한 그것을 열렬히 말해준다. 단순히 쓰는 것 만이 일이 아니다. 내가 나의 삶을 바로 잡고, 그 안에서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그것이 앤 라모트가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하는 거죠?"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바로 영혼 때문이라고.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 내가 처음 소설을 썼던 이유는 너무도 단순했다.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내가 내 글로 말해보고 싶었다. 그 이상의 것이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마음, 내 영혼이 가장 글을 원할 그 때, 순수히 정말 나의 삶을 글로 쓰고자 했을 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든다.

<쓰기의 감각>을 읽으며 가장 크게 위안받았던 점은, 글을 쓰며 힘든 건 나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 비슷한 사건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쓴다. 재미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해보기 위해. 내가 나의 삶을 언어로 쓰기 위해. 그 감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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