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 병원균은 어떻게 인간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도로시 크로퍼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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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는 일어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팬데믹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지속될 줄은 몰랐다.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체들은 어디서 기원을 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극복되었을까? 인류의 3분의 1 가량이 병원체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른다고 하니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은 미생물의 탄생, 진화, 영향력, 인류의 발견과 극복 과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과학적, 역사적, 사회적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 놓았다.

백신, 항생제, 치료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와 세균으로부터 지켜내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보다 더 빠른 진화를 선택하는 미생물들을 과연 정복할 수 있을까? 산업혁명 이래로 60억까지 개체 수를 급작스럽게 늘린 인류는 가축들을 인류보다도 더 많이 사육하고 다양한 생물종들을 정복하고 빠른 이동 수단의 개발로 오히려 바이러스와의 밀접한 접촉 가능성을 키웠다. 이로 인한 새로운 미생물과의 만남, 인수 감염 증가, 빠른 전파력 등으로 팬데믹의 확률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높이게 되었다. 미생물들은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고 번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선택한다. 숙주와 영원한 삶을 선택하거나, 번식을 위해 숙주의 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설사, 구토, 기침 등을 일으키게 하고, 숙주의 개체 수가 많은 경우 독성을 키워 숙주를 죽이고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방법을 채택하기도 한다.

백신이나 항생제는 100여 년의 역사 밖에는 안되었고, 항생제에 강해진 슈퍼 바이러스 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인류의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조류 독감이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전파된 사례는 사스 외에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가축의 수가 수백억인 점을 고려한다면 변종에 의한 인간 감염도 머지않아 확장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걱정이 된다. 더욱이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의한 새로운 미생물과의 접촉, 온난화에 따른 극지방에서 수십만 년 동안 잠자고 있던 미생물과의 접촉은 크나큰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인간 H5N1 독감 팬데믹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은 불확실하지만, 현재 조류들이 역사상 최악의 독감 팬데믹을 겪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바이러스는 야생 조류의 장 속에서 무해한 감염 형태로 시작되어 1990년대에 가축으로 기르는 닭에게로 종간 전파했다. 현대화된 집약형 축산에 의해 적응하고 진화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닭의 모든 장기를 감염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자 닭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독성이 강한 이 바이러스는 다시 종간 장벽을 넘어 야생 조류를 공격했을 뿐 아니라, 다른 조류와 심지어 고양이 등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숙주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진화할 수 있는 기회의 운동장이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셈일 것이다.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식량 확보가 팬데믹의 대참사를 부르는 악순환이 되고 말았다. 호모 사피엔스의 4만여 년의 역사 중 고작 2백 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어진 사태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40억년 전 미생물이 탄생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4만 여년 전 출현하면서 부터 인류와 함께한 드라마틱한 역사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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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윤혜진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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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원만히 유지하고 내가 바라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것은 영원히 반복되는 숙제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읽히지만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책을 덮고 뒤돌아 서면 잊히기 십상인 현실임에도 꾸준히 관련 책들을 찾아 읽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부끄러운 민 낯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처럼 책 행간에 드러난 내면의 나의 생각, 감정, 행동들이 나를 부끄럽게 비춰준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내 안에 있는 불편한 감정이 논리와 이성을 앞서기 때문인데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를 내 스스로 허락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타인과의 관계 속의 나를 정확히 인지하고 마음과 관계를 열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모르는 나를 상대방은 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솔직한 자기감정의 표현과 절제를 균형감 있도록 때와 장소에 따라 대화하고 행동한다면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주변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불만과 화를 인내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는데, 겉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워 꾹 참고 있다가는 긍정적인 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지켜야 할 것은 절대 감정이 포함되어서는 안되고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한 나의 느낌 표현과 정중한 부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솔하게 다가갈 때 위선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쌓이게 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 나에게는 참으로 어렵고 당찬 이야기다. 그래도 조금씩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서로의 성장을 돕고자 할 때 사람들은 불편한 지적에도 솔직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부터 조직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도 솔직함이다.

역량 있는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리더는 그들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소신대로 행동하고 비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을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하려면 리더가 먼저 취약성을 드러내고 솔직한 피드백에도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문제가 발견되어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성원들에게는 리더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진실함에는 힘이 있다. 비록 모질게 들리는 말일지라도 진심으로 하는 말에는 앙금이 남지 않는다. 리더의 솔직한 피드백이 구성원을 성장시킨다. 반면, 조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마저 입에 발린 칭찬은 공허랄 따름이다.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신과의 피상적인 관계만 지킨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로의 선한 의도를 믿을 때 오해나 비난을 염려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도를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경험적으로 알 때, 상대의 실수를 무작정 덮어주지 않고도 따뜻한 조언을 건넬 수 있고 이러한 진정성 있는 교류가 관계의 밀도를 높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공동체 삶을 영위하는데, 타인으로부터 경험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생활하다 보면 그 차이에서 생기는 갭은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채워지게 되어 스트레스의 깊이가 끝없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스트레스의 깊은 골짜기에서 불현듯 분출하는 화는 주변 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고 오히려 자신에게 피해가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상황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두려워 무심한 듯 보낸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압박한다.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서로 이야기하는 방법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비폭력 4단계 대화법이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관찰, 욕구, 느낌, 부탁의 텍스트를 활용한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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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심해도 괜찮아 - 세상에 쉽게 상처받는 초민감자를 위한 심리 처방
오라 노스 지음, 강성실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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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존중받아야 하는 시대임에도 사회적으로 자기의 민감성이나 약한 부분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 즉 타인과 감정적으로 얽혀 있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초민감자라고 하는데,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을 일 컸는다. 공동체 삶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중요하다. ​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한 나머지 자신에게는 무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타인을 도와주는 것이 세상에 필요한 역할이기는 하지만, 초민감자에게는 위험성이 내재된 행동이다. 삶의 목적이 타인의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 불안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자신을 자율권이나 자기 권한, 선택의 자유가 없이 남을 돕는 역할로 쉽게 분류해버린다. 그러다가 자신의 희생과 봉사를 타인이 몰라주거나 무시해버리게 된다면 상실감으로 자신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조금은 무심해도 될 것 같은데, 타고난 인성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를 타인의 삶으로 얽어 메게 된다. 어머니의 끝이 없는 사랑처럼 말이다.

저자는 초민감자 안에는 타인에 대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을 반복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감정을 마음껏 하소연하는 시간을 갖고 감정의 신성한 표출을 통해 힘, 독립성, 창조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감정이야 표출하기 쉽겠지만 나쁜 감정은 어떻게 신성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을까?

학교나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면, 차별 인식을 바꾸는 글을 쓰거나 미뤄왔던 도보 여향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데 쓸 수도 있다. , 다른 에너지로 전환 시키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려 마음속으로만 힘들어해봐야 나만 손해다. 직접 표출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그저 참는 것이다. 다른 에너지로 전환한다고 해서 완전히 잊히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마음껏 하소연하기 시간을 가지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강화시켜준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초민감자로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는 삶에서 겪는 수많은 고통을 다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편화된 인간적 삶, 과거 경험으로부터 온 트라우마, 그리고 감정을 느낄 때 끼어들어 방해하는 그 모든 것들이 고통이다. 이를 감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부서진 자신을 껴안고 트라우마와 대화하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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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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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표현한 식물의 그림 속에 담긴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력, 그리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인간의 삶에 소박하게 투영한 에세이는 식물의 탄생에서 진화와 번식에 이르기까지의 지혜로움을 스케치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식물이나 꽃들은 적정한 온도, 수분, 햇빛이 없다면 작은 씨앗에서 발아할 수도 없고 성장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어떤 특정한 난초들은 무려 10년이 넘도록 씨앗에서 발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꽃들은 인고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도 누구나 아픔을 갖고 살아가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아픔을 감추고 애서 꽃을 피우려 한다.

산에 오르다 보면 발에 밟힐까 봐 야생화는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주 작은 모습으로 수줍게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조그만 야생화는 온갖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재촉하듯 나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는데, 비로소 멈추어야 보이는 야생화도 그렇게 나에게 다가온다.

요즘은 산에서 야생화를 일부러 찾아보게 되었는데, 1천 미터가 넘어 척박하기 그지없는 곳에서도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기 손 같은 야생화를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작은 생명체와의 만남에서 오히려 나는 위로와 행복감을 얻어 간다.

책 속에 펼쳐진 식물의 지혜가 예사롭지 않았다. 산불이 났을 때 딱딱한 껍질을 테우고 싹을 틔우는 프로테아유 식물, 건조한 사막에서 수분을 저장하기 위해 통통한 몸을 가진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도록 진화했다. 초록색 열매는 잎과 같은 색을 유지하면서 다른 동물들이 못 알아보도록 하다가 충분한 영양을 저장하게 되면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초록색과 대비하여 잘 보이게 하여 동물들이 열매를 찾기 쉽도록 한다.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갈등이란 말은 칡 갈과 등나무 등의 합성어인데 두 덩굴식물은 각각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감아서 올라가며 성장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코스모스, 달맞이꽃, 토끼풀은 우리나라의 고유 식물이 아니라 귀화식물이다. 솔방울은 습하면 다무리고 건조할 때 벌어져서 씨앗을 멀리 날려보낸다고 한다. 여름철 솔방울을 집안 곳곳에 놓아두면 제습효과가 있는 이유다.

소나무나 참나무 등 침엽수 주변에서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않는데, 나무들이 특별한 화학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피톤치드(phytoncide)인데, 식물이란 뜻의 파이토(phyto)죽이다란 뜻의 사이드(cide)의 합성어다. 즉 식물을 죽인다는 의미로 소나무는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 다른 식물들은 성장하지 못하도록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과학 과목을 통해 배웠던 내용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술, 암술, 꽃가루, 물관과 체관 등 중학교 선생님이 가르쳐 주었던 기억이 아른히 떠어르며 식물의 탄생, 성장, 생식, 진화 과정에서 보이는 다양한 여정들 속에는 저마다 특유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식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려면 높고 깊은 산에 올라야 할 텐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희귀종 같은 경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식물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저자의 식물에 대한 애착, 유년 시절의 경험, 식물을 통해 배운 지혜를 에세이의 끝자락에 인간적인 삶으로 투영하며 짤막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녹아낸다. 식물을 그리는 화가이자 식물학자인 저자는 식물의 과학적 관찰을 묘사하여 수채화를 그려내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봄의 전령사와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식물과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식물들과 함께 호흡하고 계절에 따른 서로의 변화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여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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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유럽 선언 - 만국의 시민이여, 연대하라
콜린 크라우치 지음, 박상준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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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와 외국인을 혐오하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등장이 유럽을 배회한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20세기 초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 이후 사회주의가 유럽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할 무렵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2개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한다는 말을 인용하여 현재 유럽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민주주의의 무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포스트 민주주의로서 새로운 사회주의의 필요성에 대하여 논거를 제시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회주의적 주요 관점은 기후 변화 대응, 부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금융화된 자본주의 규제와 불평등 축소,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시대에 대비한 노동의 미래 조화, 코로나19에서 드러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강화 등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정책 수립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 집약적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세력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독자생존의 길을 선택한 이면에는 영국 거대 자본의 영향력이 작지 않았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렇듯 자본에 의한 자유방임주의적 경제는 통합보다는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하게 만들기 때문에 낙오된 지역과 국가, 자본의 영향력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거대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 개인과 단체들은 그들만의 집단적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자들과 결탁하기 쉽거나 동조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다소 확증편향적인 논증이긴 하나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자본 집약적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면 전 세계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세금정책에 반대할 것이고, 이것이 민족주의자와 맥을 같이 할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유럽 선언'20세기 초반의 사회주의가 쇠퇴하고 민주주의가 유럽을 이끌어 같지만 경제성장의 정점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적 자본 경제의 문제점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민족주의의 당황스러운 움직임들을 살펴보고 유럽연합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여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회주의적이라는 텍스트에 다소 거부감도 있었으나, 환경문제, 양극화, 저소득층의 복지 등 당면한 우리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심리를 자극하여 공동체 삶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협력과 포용의 중요성에 대한 맺음말로 부상하는 신자유주의와 민족주의에 저항하자고 주장한다. 100년 전 유럽에서 전 세계로 확산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일방적인 억지 사상을 펼쳐가면서 혼란과 고통의 시간을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가시밭길을 걸어가도록 했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처럼 협력과 포용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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