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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ㅣ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오희승지음
그래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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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가장 큰 특징은 겪는 이에게 절대적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고통 그자체는 절대적이기에 나의 고통이 너의 고통보다 심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대화는 소통을 막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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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수 없는 고통이라는 절대적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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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파요?"
'얼마나 아프냐고??'
내가 항암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많이 물었던 말이다..
어쩌면 덜 아프고 싶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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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일명 CMT라는 병을 앓고 있다.
증상은 있으나 약은 없는 그러기에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자신의 아픔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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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내가 한참 아팠을때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위안을 느꼈다.
나는 약도 있고 치료제도 있고 완치라는 희망이 있는 반면,
작가의 병은 치료제도 약도 없이 견뎌야 하기에 그 공포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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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묻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지만 의사의 권위에 위축돼서 물어볼 용기가 내기 쉽지 않다.
어렵사리 입을 뗐는데 무시당하는 경험을 겪기도 한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는 진료시간도 짧은데 환자가 핵심 질문은 커녕 중요하지 않은 말들을 하염엾이 늘어놓고 있으면 답답할 것이다.
환자와 의사의 대화는 입장과 정보의 차이 때문에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흘러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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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병원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내몸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 싶은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어떤 것을 물어야 할지 몰라 엉뚱한 질문만 할경우도 많다
그렇게 용기내어 물어본 말에 무시당한다면 더 서럽고 화가 날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 않겠는가.. 환자는 많고 진료시간은 정해져있고...
그래도 사람은 주관적이기에.. 내아픔이 더 크기에..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지 않는 의사분들이 더 많은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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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는'손가락 지문을 이용해서 두피를 마사지하고, 비눗기를 말끔하게 헹구고, 트리트먼트는 모발의 끝에만....'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걸 끄집어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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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분에서 나는 격한 공감을 느꼈다.
입원해있을때 남편이 나의 머릴 감겨줬었는데.. 여자머리는 처음 감겨본다면 미역같은 이머릴 다 어떻게 해야 하냐며 그럼에도 자기딴에는 열심히 감겨주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영 마뜩찮은 그의 손길...
그럼에도 말을 하면 안된다는 걸 알기에.. 그냥 잘한다 고맙다.. 라고 밖에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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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혼자만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말은 남들에게만 듣는 말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도 내가 겪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비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말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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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나 자신도 달래주지 못하고 자학만 하다가 내면이 붕괴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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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끝이 없을것만 같은 아픔을 글을 쓰면서 이겨내고 있다..
아프지만 어느부분에서는 이겨냈고 또 앞으로도 이겨낼것이다..
당당히 본인의 자리에서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작가님의 앞날이 밝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