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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유래혁 지음 / 포스터샵 / 2023년 12월
평점 :
주인공 류이치는 시설에서 자란 열일곱 고등학생이다.
실제 이름도, 나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 처럼, 자신의 성격또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을 감추고 가벼운 농담으로 균형을 맞추어가며 살아갈 뿐.
카노코와 다이스케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둘 사이에 균형을 잡으며 지내지만, 시설에서 자란 그의 상황이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버스에서 불쑥 나타난 여학생
류이치를 보자마자 “너 시설에서 지내지?”라며 말 하지 않는 류이치의 사정을 불쑥 알아차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 홀연히 사라지고,
류이치의 주머니에서 지갑도 사라진다 ;
지갑이 사라졌지만 어쩐지 그녀의 잔상은 류이치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데....
몇 주 후 아무 말 없이 사물함에 돌아와 있는 류이치의 지갑
그리고 그 안에는 “a동 5층, 토요일 방과후에 봐” 라는 글귀가 적혀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아카리
훔친 지갑을 모아두어 전당포에 팔고(?) 돈을 모으고 있다
류이치에게 자신과 성인의 분장을 하고 지갑을 대신 팔아달라는약속을 받아내고 마는데,,,
얼핏 보면 연애소설같은 “수족관”은 사실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시설에서 자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류이치
가족도, 사랑하는 남자도, 좋아하는 언니도 잃어버린 아카리
자신에게는 엄마였던 언니를 잃어버린 카노고
수족관에 갇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미카
잘못된 사랑방식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린 타츠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고 결핍을 가진 채로 살아가거나, 살아가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류이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고, 아카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은 이들의 서술은 결국 모두 “잃어버린” 이야기로 시작하며 “훔친” 이야기로 확장되다가 “되돌려놓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우산’은 개개인의 인간을 말하고 있다. 부서진 우산 속 부품을 찾으려고 해도 꼭 맞는 우산은 없다는, 인간은 인간 각자가 고유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고장난 인간을 고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 주어야 한다고. 부품을 뜯어주고, 기워주면서 그렇게 고장난 마음을 고치는 거라고.
매번 무언가를 훔치며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가는 아카리는
류이치에게 훔친 것들은 모두 돌려준다
지갑도, (빌린) 모자도, 그리고 류이치까지도.
아카리에게 “되돌려 놓는다”라는건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돌려놓고 싶은 소중한 것이다.
처음에 연애소설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 먹먹한 결핍에 대한 생각으로 끝을 맺었다.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함께 외로워지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