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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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이유리 소설, 자음과모음.

2022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나는 밀린 서평을 하나씩 해치우기 위해 책을 한 권 읽었다. 이유리 소설가의 《모든 것들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등단작에서부터 현실 위로 환상적인 설정을 능청스럽게 풀어놓던 작가의 솜씨는 《모든 것들의 세계》에 실린 세 편의 단편에서도 여전하다.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설정이 떠오르는, 죽은 이들이 산 자들에게 잊혀져 소멸을 맞이하는 순간을 걱정하는 <모든 것들의 세계>,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려 줄 수 있는 세계의 <마음소라>, 법적으로 구제 받지 못할 전세 사기를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에 되갚으려는 부부가 나오는 <페어리 코인> 등의 이야기는 현실에 뒤섞인 환상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새로이 인식하게 한다. 이 새로운 인식은 관성적으로 바라보던 세계를 낯설게 보게 하면서 이를 좀 더 치밀하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다소 감상적으로 읽히기 쉬운 앞의 두 단편과 달리 마지막 단편인 페어리 테일의 결말은 이 세상에 대한 어떤 가능성과 절망이 동시에 읽히는 점에서 인간의 복잡성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세계로 회빙환을 겪을지 모르니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소설이나 영화나 게임 등을 조심해서 골라야 한다는 내용의 우스갯글을 얼마 전에 읽었다. 이 우스갯글 대로라면 나는 《모든 것들의 세계》 속으로 회빙환을 겪을 가능성을 지닌 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데 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집 속 세상이 우리의 현실과 그리 다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

#모든것들의세계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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