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몇일 전 지하철에서 파는 <한겨레 21>의 표지를 보니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표지가 한겨레의 표지로 나와 있는 걸 보았다. 그것은 한국에 부는 일본문학열풍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젠 너무 진부한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알게 되고 읽었던 것도 몇년이나 지났으니까. 어찌되었던, 나도 일본문학의 팬임을 피해갈 길이 없다. 모든 일본문학 작품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가벼워보이긴 하다. 재미나 위트를 느끼기엔 다른 번역작품들에 비해 일본문학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할 꺼리를 주긴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깊이있진 않다. 그래서 예전엔 무조건 책을 사서 보는 위주였는데, 요즘은 일본문학 책을 사게 될 경우는 조금 주저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번 읽고 더 이상 들춰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난 무서운 것을 잘 못보는 편이지만, 많이 도전하려고 하고 억지로라도 좀 보려고 한다. 그것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예전엔 추리소설은 손도 못댔다. 그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또 일본문학을 만났다. 예전에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다른 건 몰라도 출판문화에선 우리가 일본을 지금 따라잡을 순 없다. 우리나라야 문고반이나 포켓북이 잘 나오진 않지만,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그 버전으로도 나온다. 한국사람들이 책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책 값이나 무게 때문이라는 의견이 전혀 무의미 하다고 보이진 않는다. 어찌되었던, 그러한 바탕 때문인지 추리소설은 일본에서 꽤나 자리를 잡은 상태고 역사 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계보도 존재하고 있다(이러한 흥미로운 점 때문에 교양과목중 논문관련 교양을 들었는데, 주제를 추리문학으로 잡았었다). 이러한 정보를 찾고 찾다가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난 <사신 치바>라는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 

 

  이건 마지막으로 본 그의 작품. 그러나, 이건 좀 달랐다. 하나의 장편이다. 쉽게 장편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글이 짜여져 있다. 각 장을 나누는 곳은 하나도 없고, 다 소제목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주인공이 바뀌지도, 이야기가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내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난 문학에서도 정보나 지식을 얻는 걸 좋아한다. 단지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있는 좋은 말이나 상식, 역사 등을 얻는 것도 좋아한다. 이 책에선 유전자나 DNA에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칠드런>을 쓰기 위해 맹인견이나 아동상담과 관련된 책을 읽고 그 목록을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담아 놓았었다. 이 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많이 조사했겠구나,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 가는 방식이 정말 이 책에서 정점에 다다랐구나, 라고. 더 깊이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중력 삐에로>에는 방화사건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방화사건이 아니고,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방화사건이다, DNA와 관련되서. 


  또한 재미있는 내용들도 꽤 얻는다. 형과 동생이 주인공인데, 그들의 대화 중에 형이 하는 말중에, 왜 마이클 조던이 23번일까. 그는 한번도 자기 형한테 농구를 이긴적이 없었단다. 그의 형 등번호가 45번이었는데, 형의 반 이상이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23번을 했단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날 더욱 그에게 이끌리게 만들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책을 읽고 내가 일본문학상 같은 것들 중에 잘 믿는 것이 '일본서점대상' 이라는 상이 있다. 뭐냐면, 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뽑은 꼭 사람들에게 읽혔음 하는 책들 이란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나 다른 유명한 일본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덜 읽히는 편이지만, 내용 면에서 그것에 쳐진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 작품도 2004년 즈음에 그 상에 뽑힌 책 인데, 그 이후로 믿기로 했다. 다른게 아니라, 이 외에도 일본엔 여러 상이 있다. 그 중에 '나오키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후보로 5번이나 올랐단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상 한 번 받는 것보다 일정 수준이 넘는 작품을 다섯 번 썼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의 말이 맞다. 그의 작품들 모두는 어느 하나 일정 수준 이상 쳐지는 것이 없다. 그만큼 난 그를 좋아한다. 한 번 읽고 덮을수 만은 없고, 읽고 나서의 재미와 생각할 수 있음이 난 좋다. 그의 다른 작품 중간 중간에 다른 책의 주인공들이 살며시 등장한단다. 도대체 그는 어디까지 생각 할 수 있는 것일까. 언제나 그런 것들을 잘 잡을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한다. 앞으로 더욱 세밀한 장치들로 날 이끌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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